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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수행 지도할 스님도 없이 佛心 지켜온 美 ‘LA안국선원’ 개원

입력 2022-01-24 03:00업데이트 2022-01-2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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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불자 3명이 모여 시작
작년 선원장에 웅산 스님 부임
불자 “이민생활서 법회 꿈만 같아”
동안거로 집중 수행 중인 LA안국선원. 로스앤젤레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LA 안국선원’은 바스락하는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마침내 ‘딱 딱 딱’ 세 차례 죽비 소리가 나자 참선 중이던 불자들은 큰 숨을 내쉬며 가부좌를 풀었다.

참선에 이어 선원장 웅산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화엄경 중 보현보살의 행적을 담은 보현행원품 강독과 스님의 수행 경험이 어우러졌다.

“출가한 수행자들조차 이런 고민이 많습니다. 공부 이후 무엇이 있는가? 공부는 잘했는데 왜 망상이 생기나? 진리를 맛봐 기뻤는데 왜 시간이 지나가면 긴가민가하죠?”

참석자들은 “정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곳에 모인 불자들은 20여 명으로 많지 않았지만 수행 열기는 뜨거웠다. 이 선원은 2008년 불자 3명이 모인 것이 모태가 됐다. 이들은 수행을 지도할 스님이 없고, 2015년 화재로 법회 장소가 사라지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불교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의 불심(佛心)에 마음이 움직인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나섰다. 미국 사적으로 지정된 건물을 매입한 뒤 공청회와 건물 복원, 각종 검사를 받는 데 6년이나 걸린 끝에 지난해 12월 사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최종 승인이 났다. 지난해 여름에는 수불 스님의 제자로 경남 함양 대운사 주지를 지낸 웅산 스님이 선원장으로 부임했다.

이 선원은 해외 포교시설로는 드물게 1년에 4안거(安居·집중수행기간)를 진행하는 수행 위주의 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2월 27일까지 8주간 동안거로 하루 8시간 이상 참선과 불교 공부가 이어진다. 인근 고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청년부 모임과 1박 2일 수련법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초창기 멤버인 법견성(法見性)이란 법명(法名)의 불자는 “불교의 경우 이민생활 중 다른 종교에 비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처럼 번듯한 공간에서 법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자는 “불교 공부를 하다 막히면 우리들끼리 알아서 정리했는데, 이제는 스님을 통해 제대로 지도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고 했다.

웅산 스님은 불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선원에 나올 형편이 되지 못해 집에 있어도 참선하며 공부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큰 사찰을 쉽게 찾아 스님을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민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불심을 지켜온 신도들이 더 고맙습니다.”

로스앤젤레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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