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호스피스에서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김태언 기자 입력 2021-11-06 03:00수정 2021-11-0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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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이시아 고타 지음·정민욱 옮김/296쪽·1만5000원·궁리
2016년 4월 일본 오사카시 공원 한쪽에 2층짜리 목조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 여느 성인 호스피스와는 조금 다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악기, 그림책이 가득한 레저시설 같다. 너무 일찍 환자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건립한 일본 최초의 어린이 호스피스. 이곳에는 소아암과 난치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호스피스를 짓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을 만나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이 호스피스를 설립한 백혈병 전문의 하라 준이치와 신생아의료 최전선에 있던 다타라 료헤이라는 두 의사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이들이 의료현장에서 본 건 필사적으로 치료에 저항하는 아이와 지친 부모들이었다. 한 부모는 “아들이 원망에 찬 눈으로 ‘엄마는 병원 편이지? 배신자!’라고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완치가 아닌 ‘남은 시간을 충실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들은 수녀, 간호사, 어린 환자 및 가족 등과 함께 ‘어린이 호스피스 프로젝트’ 단체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인, 기업가의 도움을 받아 호스피스를 설립했다. 책에 나오는 이들은 단순히 시설 하나를 완성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의료현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병원 놀이 전문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병원에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수술을 앞둔 아이와 탐험하듯 수술실을 함께 다니면서 미리 두려움을 덜어주는 식이다.

아이들에게 이들과의 만남은 성장의 거름이 됐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개관 3년째에 호스피스 입주자 사키와 나눈 대화를 전했다. 사키는 병동의 보육교사를 보며 똑같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키에게 호스피스에서의 투병 생활은 단순히 버티는 것을 넘어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이다. 책은 병원의 좁은 침대가 아닌 호스피스에서 만남과 이별, 슬픔과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짧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날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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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호스피스#미래#어린이 호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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