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궁극의 아름다움? 우리가 사랑한 고전은 없다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8-28 03:00수정 2021-08-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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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양정무 지음/292쪽·1만8000원·창비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데즈먼드 모리스 지음·이한음 옮김/424쪽·2만2000원·을유문화사
밀로의 비너스는 고대 그리스 예술의 정수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최근 연구 결과 고대 그리스가 아닌 로마 시대 복제품으로 밝혀졌다. 현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미술사의 근간이라 평가되는 고전 미술, 미술사의 혁신이라 여겨지는 초현실주의 미술. 이 수식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 수식어를 만들어 온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 하면 고상하고 품위 있는 세계에 속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고전 미술, 즉 기원전 6세기∼기원전 4세기 그리스 미술은 서구에서 수천 년 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이 돼 왔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이자 책 ‘벌거벗은 미술관’의 저자는 “고전은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는 “짝퉁”이라며 미(美)에 대한 대개의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독일 출신 고전주의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1717∼1768)은 ‘벨베데레의 아폴로’와 같은 그리스 고전 조각을 ‘자연과 정신 그리고 예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 평했다. 그런데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이 조각은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다.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조각을 로마시대에 재제작한 복제본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130년∼기원전 100년)도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원본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것이다. 즉,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칭송했던 작품들이 알고 보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미술교육 체계가 고전 미술을 중심으로 짜여 온 이유는 무엇일까. 드로잉의 기본 모델로 여겨지는 줄리앙의 조각상도 사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프랑스에서 본뜬 것이다.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그리스·로마 조각을 대량으로 가져왔던 프랑스 측이 나폴레옹 실각 후 조각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석고로 복제해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 당시는 원본을 볼 기회가 적어 프랑스가 제작한 석고상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한국도 19세기 말 이를 흡수했고 미술교육에 적극 활용했다. 저자는 “고전이라 믿어왔던 것들의 실체는 생각보다 모호했고,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고전 미술을 향한 예찬이 극적으로 이뤄졌을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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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초현실주의 작가 32명의 작품보다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인 잠재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해 표현의 혁신을 꾀한 예술 운동으로,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저자 또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마지막 세대 작가로서 직접 그들과 어울리며 얻은 체험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다.

그중 한 명이 살바도르 달리(1904∼1989)다. 달리는 25세가 되던 해, 초현실주의 집단의 정회원이던 친구 루이스 부뉴엘과 영화를 찍으면서 프랑스 파리 초현실주의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5년 후 달리는 초현실주의를 이끈 작가 앙드레 브르통(1896∼1966)에게 자신이 히틀러에게 매료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브르통은 그를 축출하려 했다. 달리는 그런 그를 향해 브르통이 “모든 금기를 금지하라”고 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도덕도, 검열도, 두려움도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책에는 작가들이 초현실주의 운동의 전성기 때 그린 작품이 1점씩 포함돼 있는데, 달리 파트에는 작품 ‘욕망의 수수께끼, 또는 내 어머니, 내 어머니, 내 어머니’(1929년)가 있다. 이 시기 달리는 운명적인 뮤즈 갈라를 만났는데, 갈라는 예민하던 달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달리의 어머니는 달리가 태어나기 3년 전 동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는 금방 사망했다. 이후 그는 달리를 달리(죽은 형)의 무덤에 데려가곤 했고, 달리는 무덤 앞에 서서 묘석에 새겨진 자기 이름을 바라보곤 했다. 훗날 달리는 자신이 했던 악명 높은 무절제한 행동이 자신이 죽은 형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아름다움#고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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