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시인 “우리는 모두 시 쓰는 능력 갖고 태어나”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7-27 16:23수정 2021-07-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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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에세이 ‘쓰는 기분’ 펴낸 박연준 시인 인터뷰

“시는 기분이 전부인 장르거든요. 시를 쓸 때 느껴지는 날개를 펴며 날아오르는 기분, 설사 날개를 버려도 나일 수 있는 그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어 책을 썼답니다.”

최근 에세이 ‘쓰는 기분’(현암사)을 펴낸 박연준 시인(41)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시뿐만 아니라 ‘모월모일’(문학동네) ‘소란’(난다) 등 산문집으로도 사랑받아온 박 시인이 시 쓰기를 주제로 책을 출간했다. 에세이의 외피를 입었지만 우아한 실용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는 그를 2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언제나 새롭고, 그래서 시적인 말을 곧잘 하잖아요. 저는 시를 쓰는 능력은 우리 모두가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거세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신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 쓰는 능력을 일깨워주기 위해 독자들을 시의 세계로 아주 천천히, 친절하게 안내한다. 1부에서는 처음 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듯 시가 얼마나 친해지기 쉬운 장르인지 썼고, 2부에서는 글쓰기와 삶에 대해 쓴 소소한 산문을 담았다. 3부에서는 시인으로 등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마지막 4부에는 시 쓰기에 돌입할 때 궁금할 법한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했다. 그는 “너무 전문서처럼 써서 독자들을 오히려 시로부터 소외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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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독자들에게 “함께 시를 쓰자”고 간곡히 요청하는 이유는 뭘까. 시 쓰기에 필요한 ‘좋은 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시인이지만 “시는 그 자체로 효용이 있는 장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를 쓰기 위해 어떤 현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느리게 생각하며, 새로운 걸 발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더 좋은 세상을 일굴 수 있다고 믿는다. “글쓰기에 마음을 쏟으면 분명 사람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시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낭독을 권했다. 그는 “시는 언제나 소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장르”라며 “시가 낭독되는 공간에서 ‘언령(言靈)’의 에너지가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시집을 고를 때도 펼쳐놓고 소리를 내 읽다 보면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을 고르기가 쉬워진다고 했다. 그도 여전히 때때로 좋아하는 시를 소리 내 읽으며 어느새 변화된 공간에 심취한다고 한다.

당장 오늘 밤 시 한 편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무엇부터 하면 될까. 그는 무엇보다 시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문장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게 도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적인 문장을 쓰기 위해 애쓰기보다 오히려 몸과 정신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게 시를 쓰는데 필요한 ‘준비 운동’이지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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