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영화 ‘타짜’서 고니가 반한 와인, 나도 마셔볼까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6-12 03:00수정 2021-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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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있는 100가지 장면/엄정선 배두환 지음/420쪽·2만4000원·보틀프레스
사람 만나기 힘든 시대다. 최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할 말과 먹을 음식이 남았어도 오후 10시엔 무조건 자리를 끝내야 한다. 약속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쉬움을 달래려는 이들은 집 앞 마트로 향한다. 누군가는 서둘러 끝낸 자리 뒤 딱 한 잔이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을 안고. 누군가는 미뤄진 약속을 뒤로하고 침대에 앉아 ‘혼술’을 하고픈 기분을 안고. 가볍게 혼자 한잔하기 좋은 와인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 바람을 타고 와인 공부에 나선 이들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와인 입문자들에게는 고민이 많다. 포도의 품종, 빈티지, 국가와 지역까지 따져야 할 게 너무 다양하다. 와인 한잔하고 싶어 마트에 발은 들였는데, 막상 어떤 걸 집어야 할지 고민인 이들에게 와인 칼럼니스트 부부가 쓴 이 책은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년)부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2017년)까지 총 100편의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과 해당 와인에 얽힌 사건 및 역사를 가볍게 풀어낸다. ‘타짜’(2006년)에서 고니(조승우)에게 성공에 대한 허영을 심어주기 위해 정마담(김혜수)이 건넨 와인은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 만점을 준 1986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였으며,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에서 류승룡과 임수정이 길을 걸으며 병째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던 와인은 미국 컬트 와인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할런 이스테이트’라는 걸 알았던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답만을 제시하진 않는다는 점도 이 책의 묘미다. 이미 와인이 따라진 잔만 등장하거나 라벨이 잘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와인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 나름대로 추론을 한다. ‘비포 선라이즈’(1996년)에서 수중에 돈이 떨어진 제시(이선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이 무작정 들어간 클럽에서 인심 좋은 중년의 바텐더로부터 받은 공짜 레드와인은 무엇이었을지 저자는 병의 모양, 지역, 가격대 등을 종합해 네 개 후보를 선정하고 하나하나 따져 본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와인을 둘러싼 얕고 넓은 지식의 향연도 즐겁다. 제시와 셀린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 밤 함께 즐겼던 레드와인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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