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절 ‘10cm’ 버스킹에 흠뻑 빠져 뮤지션 자취 담은 음반 디자인은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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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디자이너 ‘스팍스 에디션’
BTS-이적 등 앨범도 작업
“첫 승객 우연히 잘 만난 덕분”

이적과 방탄소년단 등의 앨범 재킷을 제작한 부부 디자이너 어지혜(왼쪽) 장준오 씨는 “대화를 통해 가치관의 접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적과 방탄소년단 등의 앨범 재킷을 제작한 부부 디자이너 어지혜(왼쪽) 장준오 씨는 “대화를 통해 가치관의 접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열두 곡을 담아 7년 만에 최근 발표한 이적의 여섯 번째 음반 ‘Trace’ 재킷 이미지는 붉은 벽돌담, 오래된 나무둥치, 갈라진 돌 표면에서 가져온 것이다. 꼬마 때 동전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살살 긁어 본을 뜨던 방식으로 만든 흔적을 조합했다. 2일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서 만난 부부 디자이너 ‘스팍스 에디션’(어지혜 장준오)은 “‘듣는 이에게 내 음악이 삶의 흔적처럼 남으면 좋겠다’는 이적 씨의 이야기를 새기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음반 패키지 디자인은 그 안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유일무이한 이미지로 영원히 남습니다. 음악과 함께 뮤지션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지를 조각하는 과정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기쁨이에요. 이번 이적 씨 음반에서는 ‘Whale Song’과 ‘나침반’에 특히 공감했습니다.”(어)

각각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조소를 전공한 두 사람이 음반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10년 전 작업실이 있던 서울 홍익대 부근 주차장골목을 걷다가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기타와 타악기만 들고 마이크도 앰프도 없이 버스킹을 하던 두 사내의 노래에 흠뻑 반한 것.

“무작정 다가가서 ‘혹시 나중에 음반 내게 되면 이미지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해 나온 것이 ‘10cm’ 첫 앨범이에요. 순수한 날것의 솔직담백한 음악을 어떻게 시각화할까 궁리하다가, 얇은 웃옷을 벗어부치는 제 몸을 석고로 본떠 굳힌 새하얀 토르소 조형을 활용했습니다. 지금 보면 텍스트와 레이아웃에 투박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제일 애착이 가는 결과물이에요.”(장)

10cm 이후 강산에, 장범준, 로꼬,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음반과 공연 포스터 이미지 디자인 작업이 줄줄이 이어졌다. 올 2월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브 더 솔: 7’에서는 각 멤버의 특징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서체를 디자인해 재킷에 실었다. 책 표지, 화장품 등 제품 패키지 디자인 작업과 병행해 축적한 각자의 작품을 모은 전시도 꾸준히 열고 있다.

“디자이너의 작업 포트폴리오는 일면 택시의 운행 경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곳에 한번 가면 그곳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게 돼 결국 여러 번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게 돼요. 우연히 첫 승객을 잘 만나서 음악과 연결된 작업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어)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스팍스 에디션#부부 디자이너#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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