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위로받기 위해 노래해요”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8-05 03:00수정 2020-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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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주년 맞은 ‘옥상달빛’
‘옥상달빛’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 듀오다. 박세진(왼쪽)은 하우스 뮤직을, 김윤주는 재즈를 좋아하는데 둘의 교집합은 미국 남매 듀오 ‘카펜터스’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거창한 루프톱 말고 수수한 옥상, 찬란한 햇살 대신 은은한 달빛. 오래 빛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일지도 모른다. 어쿠스틱 팝 듀오 ‘옥상달빛’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신작도 냈다. 매년 쉼 없이 신곡을 발표했지만 5곡 이상의 새 노래를 한 번에 공개하는 것은 2013년 2집 ‘Where’ 이후 7년 만이다. 앨범 제목은 ‘Still a Child’.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동갑내기 멤버 김윤주 박세진은 “데뷔하던 스물여섯 때와 지금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 ‘Still a Child(여전히 아이)’는 그래서 나온 제목”이라고 했다.

2010년부터 ‘하드코어 인생아’ ‘없는 게 메리트’ ‘수고했어, 오늘도’ 같은 위로와 공감의 노래로 사랑받았다. “저건 내 얘기야!” 하는 청춘들이 ‘옥탑라됴’(2010년 데뷔작 제목) 아래로 몰려왔다.

“재수, 삼수 할 때 옥상에 많이 다녔어요. 옥상정원이 유행하던 시기였거든요. (세진이와) 같은 빌라에 살 때는 빌라 옥상에 올라가 대화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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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방송예술대 동기여서 한때 ‘동방울자매’로도 활동한 둘은 친근한 멜로디 아래 탄탄한 화성과 편곡을 받쳐 흠잡을 데 없는 어쿠스틱 팝을 만든다.

신작 첫 곡 ‘산책의 미학’도 가히 폴 매카트니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후렴구 ‘걷, 고, 걷, 고’의 한 음절 한 음절을 반음씩 깨금발로, 경쾌한 셔플리듬에 맞춰 오르다 보면 김윤주가 “밤마다 즐겨 걷는다”는 서울 망원한강지구의 정취가 선뜻하게 다가온다.

“힘들 때 스스로에게 ‘수고했어’라는 문자를 보낸 적 있어요. 의외로 힘이 되더라고요.”(김윤주)

두 사람은 “누군가를 위로하기보다는 스스로 위로받고 싶어서 노래를 쓴다”고 했다.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난 늘 응원해’라고 노래한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는 동시대의 격언이 돼버렸다. ‘힐링’이 키워드로 올라선 사회 여기저기에 표어처럼 나부낀다.

“(그 가사를) 서점 문구점 대형마트 공사현장의 안전펜스에서도 봤어요. 고마운 곡이죠. ‘저거 우리 노랜데’라기보다는, 보면서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박세진)

두 사람은 대학 초년의 5월부터 줄곧 단짝이다. 극장에서, 거리의 간판을 보며 둘만의 개그코드를 확인하면서 그리 됐다. 아직도 “윤주가” “세진이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다고.

신작 ‘Still a Child’ 표지는 오랜 시간 동안 녹음과 공연을 도와준 연주자들과 함께 찍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천부적 입담으로 데뷔 초부터 라디오 단골 게스트였던 이들, 가상의 ‘옥탑라됴’ 진행자 행세를 데뷔작에 담았던 둘은 2018년 10월, 꿈을 이뤘다. 지상파 라디오 DJ(MBC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매일 오후 10시∼밤 12시)가 된 것. 지난해 말 신인 DJ로는 이례적으로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까지 받았다.

“투잡을 넘어 ‘포(four)잡’을 하면서도 힘내겠다는 사연, 10년간의 비정규직 생활을 떨치고 정규직이 됐다는 문자…. 진짜 인생을 배워요. 친구들이 많이 생긴 느낌이에요.”

신작의 등뼈에 해당하는 곡 ‘어른처럼 생겼네’는 엘턴 존의 피아노 발라드처럼, ‘거울 속에서 여전히 아이 같은/너는 정말 누구일까’ 하는 질문을 청자의 가슴에 툭 내려놓는다.

거울 앞에 선 서른여섯 살의 두 아이, 옥상달빛의 고민은 대중에겐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더 오랫동안 이 땅의 청춘과 아파해줄 테니. 위로의 시작은 공감이니까.

“할머니가 돼서도 옥상달빛으로 앨범 내는 것, 둘이서 너무 귀여운 옷을 입고 재킷 촬영을 하는 것. 저희의 꿈은 그거예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어쿠스틱#듀오#옥상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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