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 속에서 헤엄치며 노는 재미를 느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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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탐정’ 완간한 허교범 작가

‘스무고개탐정’ 시리즈와 함께한 허교범 작가는 “냉철한 스무고개탐정과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문양이를 섞어 정확히 반으로 나누면 그게 제 모습”이라며 “논리적으로 추리하며 성장하는 문양이를 통해 각자 숨겨진 능력의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스무고개탐정’ 시리즈와 함께한 허교범 작가는 “냉철한 스무고개탐정과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문양이를 섞어 정확히 반으로 나누면 그게 제 모습”이라며 “논리적으로 추리하며 성장하는 문양이를 통해 각자 숨겨진 능력의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스탐’ 12권 언제 나오나요? 10분마다 (출판사인) 비룡소 홈페이지를 확인해요.”

“벌써 완결된다니 슬퍼서 가슴이 아릿해요. ‘스탐’은 12년도 안 되는 내 인생의 최애작이에요.”

‘스무고개탐정’ 시리즈 마지막인 12권이 이달 초 출간되기 전 허교범 작가(35)의 블로그에 쏟아진 글이다. 12권이 나온 후 팬 카페 ‘스무고개탐정과 동료들’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에 ‘스포’ 표기를 하지 않으면 즉각 삭제하겠다”는 공지가 떴다. 어린이들을 한껏 달뜨게 만든 ‘스무고개탐정’ 시리즈를 완간한 허 작가를 14일 서울 강남구 비룡소 사옥에서 만났다.

스무 개 질문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스무고개탐정이 친구들과 함께 활약하는 이 시리즈는 2013년 출간된 후 7년간 누적 판매량 35만 권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허 작가는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힘겨워하던 과거의 내가 받을 칭찬을 대신 받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강원 홍천군이 고향인 그는 이야기를 좋아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작가를 꿈꿨다. 사회 시스템과 갈등을 공부하면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서울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는 졸업하지 않겠다며 학교를 10년이나 다녔다.

“작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나서 많이 방황했어요. 몸무게도 20kg이나 늘었고요. 아들 셋 중 장남인데 서른이 다가오니 생계가 고민되긴 했어요.”
 
그래도 쓰고 또 썼다. 20대 막바지인 2013년, 비룡소에서 주최한 제1회 스토리킹 공모전에 ‘스무고개탐정과 마술사’가 당선되며 마침내 작가가 됐다. 당시 처음 도입한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압도적인 지지로 1등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인 스무고개탐정, 말썽을 일으키지만 마음 여린 문양이와 정보통 명규, 야무진 다희, 카드마술이 특기인 마술사가 단서를 하나하나 추론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데 어린이들은 열광했다. 그렇게 시리즈가 시작됐다.

“전체 이야기를 담은 지도를 그려 놓진 않았어요. 제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따라갔죠. 범인을 정하지 않은 채 쓴 적도 있어요.”

다 쓴 뒤 논리적으로 안 맞는 내용을 수정했다. ‘스무고개탐정’은 몰래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를 밝혀내는 등 실제 있을 법한 일이 실감 나게 펼쳐지고 산속 보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도 한다. 학원, 공부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짜릿한 판타지를 선사하며 단숨에 읽게 만든다. 독자들은 ‘스탐’ 팬픽(좋아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창작한 소설)도 활발하게 써서 올린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스무고개탐정의 진짜 이름이다.

“이름을 부르면 스무고개탐정의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밝힐 수 없어요. 아주 여성적인 이름이라는 것만 알려드릴게요.”(웃음)

그는 손꼽히는 인기 강사로, 학교와 도서관에서 초청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수입은 대기업에 다니는 또래와 비슷하다. 그는 “전업 작가로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큰 행운을 누리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청소년 판타지 소설과 추리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두 시리즈 다 올해 말이나 내년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단편도 쓰고 있다.

“매일 아침 원고지 15장을 씁니다. 일의 여백을 두려 해요. 소진되는 게 두렵거든요.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꾼’, 그게 최고의 칭찬일 거예요. 어린이들이 책이라는 세계에서 헤엄치며 노는 재미를 맛봤으면 좋겠어요. 제 책이 더 큰 책의 세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스무고개탐정#허교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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