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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장르’가 된 36세 춤꾼

입력 2020-03-20 03:00업데이트 2020-04-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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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자 2000만 안무가 Lia Kim
다섯가지 키워드로 본 리아킴… ‘다이아몬드 버튼’의 크리에이터
유명 아이돌들의 안무 트레이너… ‘세상에 춤바람’ 꿈 담은 책도 펴내
사진 촬영 전 아무것이나 틀어달라고 한 리아킴이 노래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중학생 때 처음 춤을 췄는데 머릿속에서 뭔가 ‘번쩍’ 하는 느낌이 왔다”며 “또래보다 진도가 빠르다는 칭찬이 나를 계속 춤추게 했다”고 털어놨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분. 누구든 그의 팬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 리아킴(36·김혜랑)이 유튜브에 올린 평균 4분짜리 춤 영상에 세계인은 춤바람에 빠져든다. 구독자 1990만 명의 유튜브 채널 ‘1MILLION Dance Studio’(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수석안무가이자 공동대표인 리아킴. SM JYP YG 등의 안무 트레이너로 이효리 소녀시대 트와이스 박재범 선미 I.O.I 등의 안무로 이름을 알렸다. 스트리트댄스 세계대회 로킹, 파핀 부문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가 최근 자신의 삶과 춤에 대한 철학을 담은 사진집 ‘Reality, No Reality’(열린책들)를 펴냈다. 18일 그의 춤 공간인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리아킴은 “(책에는 나의) 일 몸 패션 아름다움 미래를 담았다”고 했다. 이 5가지 키워드로 그를 풀어봤다.

=그의 일이자 정체성은 춤이다. 하지만 춤꾼들 사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란다. “실력은 인정받아도 ‘인싸(인사이더)’는 아닌 것 같다. 춤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장르를 혼합하는 ‘마이 웨이’를 고집하기 때문인 듯하다.” 유튜브라는 춤판을 통해 일터는 확장됐다. “가수가 앨범을 내고 디자이너가 런웨이에서 옷을 선보이듯 유튜브 영상은 일종의 내 컬렉션이다.”

몸=몸 단련은 춤꾼에게 필수다. 햄버거 피자는 삼가고 채소와 신선식품 위주로 먹지만 초콜릿만큼은 끊지 못했다. 배가 부르면 금세 지쳐서 소식(小食)한다. 발레까지 섭렵한 그의 몸은 아이솔레이션(Isolation·목 어깨 가슴 골반을 따로따로 분리시키는 동작)에 특화돼 로봇춤의 ‘대가’ 소리를 듣는다.

멋=춤 출 때의 패션에는 다 계획이 있다. 영상 속 모든 의상에는 치밀한 계산이 녹아 있다. “연습하다 갑자기 춤추는 듯한 영상에도 스타일링이 있다. 뭘 입었느냐에 따라 춤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미=그는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을 파괴하고 싶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보다는 진솔한 자기 모습이 더 중요하다 믿는다. 인기를 더 얻을지 몰라도 나 자신을 잃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잣대에 맞춰야 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생긴 확신이다.

꿈=그가 꿈꾸는 미래는 누구나 쉽게 춤을 즐기는 세상이다. 어린이부터 직장인까지 더 많은 수강생을 가르칠 생각이다. “상상 속에만 있고 현실화되지 않은, 본능적이면서 인간적인 춤을 언젠가 구현하고 싶다.”

리아킴의 프리스타일 파핀 댄스 동작. 팔 다리 목 등을 몸과 분리시켜 동작을 취한다. 어깨를 뒤로 젖힐 때 쓰는 세밀한 등근육도 분리해 움직여야 한다. 열린책들 제공
▼스튜디오엔 세계 각지서 온 구독자들로 활기… 언어의 장벽 넘어 치유의 힘 발산▼

“외국에서 온 수강생이 저를 보자마자 껴안고 울어요. 아무 말 하지 않고 토닥여주고 나서 수업을 시작하죠. 하하.”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는 아시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채널 구독자의 출신지는 50개국이 넘는다.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이유는 하나, 리아킴과 함께 춤을 추고 싶어서다. 그의 댄스 수업을 들은 약 2만7000명 중 70%가량이 외국인이다.

댄스 클래스에서 국내외 수강생들과 춤추는 리아킴. 그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수강생들도 나중엔 다 같이 영어로 ‘파이브 식스 세븐 에이트’ 구호를 외친다”고 했다. 열린책들 제공
리아킴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춤이라는 예술에는 분명히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을 시도했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우연히 유튜브에서 리아킴을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한 외국인 수강생은 그의 영상을 보고 ‘인생은 생각보다 아름답다. 이렇게 활기찬 세상도 있구나’라고 깨달아 춤추기 시작했다. 우울증도 극복했다.

한 달에 6번 정도 춤을 가르치는 리아킴은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날과 클래스가 있는 날의 활력은 천지 차이”라며 “팬들은 제게 고맙다고 하지만 같이 춤출 때마다 제가 더 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타들을 더욱 빛나게… “케이팝 안무의 핵심은 가사”▼

리아킴의 안무는 스타를 ‘힙’하게 만든다.

노랫말에 따른 직관적 안무와 동작은 팬들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스타의 시그니처 안무가 된다.

트와이스의 ‘TT’, 마마무의 ‘힙(Hip)’, 선미의 ‘가시나’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아이오아이(I.O.I)의 ‘너무너무너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가사는 안무의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하는 그는 안무를 소화할 그룹,

개인 멤버의 신체적 매력, 표정, 생김새 등에서도 안무 요소를 찾는다. 리아킴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노래를 수없이 들은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양준일

Dance with Me, 아가씨’ 무대를 함께 꾸민 양준일(왼쪽)과 리아킴.

리아킴은 “아티스트들이 제 안무에만 맞춰 춤추는 반면 양준일 씨는 안무를 계속 재해석하면서 더 훌륭한 무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댄스 브레이크를 넣은 것도 두 사람의 공동 아이디어다.

마마무

리아킴(왼쪽)과 마마무 멤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댄서가 노래 ‘힙(HIP)’에 맞춰 춤추고 있다.

덜 과격하다는 이유로 첫 안무가 퇴짜를 맞자 리아킴이 직접 마마무의 소속사를 찾아가 “다시 짜겠다”고 한 뒤 현재의 거칠고 과격한 안무가 탄생했다.

트와이스

리아킴이 안무한 ‘TT’가 담긴 트와이스 앨범 ‘TWICEcoaster : LANE 1’.

그는 솔로가수 선미와 트와이스를 애제자로 꼽았다. 특히 멤버 모모에 대해 “아이돌 중 가장 춤을 잘 춘다”고 했고 “멤버 정연을 많이 혼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이오아이

리아킴이 안무한 ‘너무너무너무’가 담긴 아이오아이 미니 앨범.

리아킴은 “아이돌 그룹은 춤의 해당 부분을 소화하는 각 멤버를 상상하고 매력을 찾아내 동작을 만든다”고 말했다.

선미

솔로 가수 선미의 ‘가시나’ 앨범. 리아킴은 애제자 선미에 대해 “카리스마 한 방이 있는 가수다.

보기에도 너무 여리여리하고 말랐는데 실제로도 체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이를 악무는 아티스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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