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술 마실 준비 됐다”…아카데미 빛낸 봉준호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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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10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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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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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역사까지 새로 썼다.

영화 ‘기생충’은 9일 (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시작으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수상했다.

‘가생충’이 4관왕에 오르면서 봉 감독은 이날 총 4번 무대에 올랐다. 수상 소감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선 봉 감독은 이날도 특유의 입담으로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첫 수상인 각본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큰 영광”이라며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 무대에 오른 한진원 작가의 수상 소감 중에는 오스카 트로피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다.

이어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봉 감독은 또 한 번 무대에 올랐다. 봉 감독은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출연 배우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객석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어 영어로 “나는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돼 있다”(I'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고 말했다. 수상의 기쁨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봉 감독의 말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봉 감독의 입담은 감독상 수상 장면에서도 볼 수 있었다. 쟁쟁한 감독들을 제치고 감독상의 주인공이 된 봉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 수상하고 오늘 할 일 끝났구나 생각했다“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객석에 앉아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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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향해서는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봉 감독은 “미국 관객들이 제 영화를 모를 때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이 계시다”라며 “아이러브유”(I love you)라고 말해 또 한번 박수를 이끌어 냈다. 이를 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봉 감독의 재치와 여유는 계속됐다. 봉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분들은 제가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이라며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개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I will drink until next morning)며 ‘술을 마실 준비가 돼 있다’던 앞선 소감과 연결해 또 한 번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다.

봉 감독의 재치 있는 소감에 트위터 등 SNS에는 “당신이 원하는 만큼 마셔라!”, “나도 봉준호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다”, “봉준호는 오늘 밤새도록, 그리고 내일까지 술을 마실 자격이 있다” 등이라며 봉 감독의 수상을 함께 축하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봉 감독의 소감은 수상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영화처럼 재미있고, 상징적이라는 것이 다수의 평이다.

특히 봉 감독은 지난달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간결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봉 감독은 “자막, 서브타이틀(subtitle)의 장벽, 장벽도 아닌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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