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어른들의 그림책’ 그래픽 노블과 함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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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은 대사량이 많고 예술성을 갖춘 만화를 뜻한다. 괜히 뒤숭숭한 기분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연말. ‘어른들의 그림책’과 독서 비수기를 나는 건 어떨까.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위원은 “영화와 소설의 중간 지점에서 상상과 문학의 즐거움을 두루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문학을 원작으로 하거나 사회성 짙은 그래픽 노블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선 문학은 ‘모비 딕’과 ‘시녀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허먼 멜빌 200주기를 기념해 출간한 ‘모비 딕’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가 원작을 소화해 그림으로 다시 써내려간 작품이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압축의 미로 원작의 장엄한 매력을 잘 살렸다.

‘시녀 이야기’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 소설이다. 출산 기계와 다름없는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면 ‘비여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추방당하는 여성의 미래를 그렸다. 직장인 한수현 씨는 “원작인 소설과 드라마보다 그래픽 노블이 주는 여운이 짙었다. 매 장면을 힘줘 표현해 시녀들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2’는 독일 판타지 소설 ‘차모니아 시리즈’ 부흐하임 3부작 중 1부가 원작이다. 원작에 삽입된 연필 스케치에 풍성한 색채를 덧입혀 환상적 분위기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2권에서 채색 작업을 소개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전쟁과 역사를 다룬 작품도 여러 권 출간됐다. 미국 배우 에단 호크가 쓴 ‘죽은 자들’은 아메리카 인디언과 이주민의 마지막 전쟁을 아파치족의 시선으로 그렸다.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내 어머니 이야기’와 ‘내게 스무 살은 없다’는 각각 한국과 스페인 작가가 가족이 겪은 전쟁의 비극을 전한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도스토옙스키’, ‘프리다 칼로’ 등 역사 속 인물을 다룬 어른들의 위인전도 인기다. 귀여운 그림체로 국내에서만 1만 부 넘게 판매된 ‘반 고흐’(2014년)의 바바라 스톡 작가는 올해 집필 뒷이야기를 담은 ‘반 고흐와 나’를 펴냈다.

이밖에 3초 동안 빛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만든 ‘3초’로 잘 알려진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의 신작 ‘르 데생’, 명대사가 돋보이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 정재윤 작가의 ‘재윤의 삶’과 ‘서울구경’도 마니아층을 형성 중이다. 지식을 다루는 교양툰도 대세다. ‘한빛비즈 교양툰’,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오리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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