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박정민 “저 역시 불안한 시기 보내…흙수저 공시생 연기에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8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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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변에선 모두 ‘잘해야 본전’이라거나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는 판’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1일 개봉하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권오광 감독) 시리즈의 맏형 ‘타짜 1’(2006·최동훈 감독)은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등 걸출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명대사가 어우러진 추석 영화의 ‘레전드’다.

주연 배우 박정민(32·사진)은 ‘짝귀’(주진모)의 아들이자 흙수저 공시생 ‘도일출’을 맡아 영화에 ‘올인’했다. ‘타짜3’ 개봉을 앞두고 박정민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6일 만났다. 그는 오히려 “‘타짜’ 시리즈라 가지는 부담을 제외하면 감독님도, 시나리오도,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승범이형(류승범)도 출연해 배우로선 안할 이유가 없는 영화”라고 했다.

‘타짜3’은 전편들과 달리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가장 공정한 공무원 시험조차 실력이 아닌 버틸 ‘돈’이 가장 중요한 지금, 청년 도일출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목숨을 건 포커 판에 뛰어든다.

“저 역시 다른 청춘들처럼 불안하고 행복한 시기를 보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생각 없이 놀 때도 있었고 갑자기 다급해지거나, 괜히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친구들과 직장 문제나 결혼 고민을 나누면서 늘 마음 쓰이는 게 있었는데 그게 ‘도일출’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을까요.”

최근 산문집 ‘쓸만한 인간’(상상출판)의 개정판을 내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작은 책방 ‘책과 밤, 낮’도 운영하는 그는 ‘배우’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종횡무진 도전하고 있다. 그런 ‘현재 진행형’ 청춘이라 그가 남들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재고 따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타짜’라는 판에 뛰어들었구나 싶다.

“다시 20대를 보낸다면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의미부여를 하거나 스스로를 속이고 아등바등할 시간에 여행이나 한 번 더 하고 책을 한 권 더 읽는 게 낫다는 그런 생각이요.”

동료 배우 이광수는 어느 작품에서나 성실한 그를 ‘언제나 작품에 올인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2018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피아노에 재능을 가진 서번트증후군 청년, ‘변산’의 래퍼로 변신하기 위해 연습에 공을 들인 이야기가 이번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도 회자된다. 포커를 치지 않지만 몇 달간 카드 기술을 배우고 몸무게도 20㎏ 감량했다.

“아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부담이 있으니 오히려 모든 걸 쏟아 붓는 건데…. 가끔 그렇게 노력하는 제 모습이 오히려 창피하다니까요.”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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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리즈가 흥행한 만큼 부담도 컸지만 함께한 선배 배우들, 특히 류승범과 함께 연기한 것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박정민은 이 영화를 류승범과 함께 촬영하기 위해 ‘팬레터’를 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제 또래 배우들은 누구나 승범이형 연기를 보며 자랐으니까요. 가장 감사했던 건 형과 나누는 일상적인 얘기들이었어요. 제가 지쳐 보일 때 ‘너 지금 정말 잘 하고 있어. 힘들면 언제든 그렇다고 얘기해도 돼’라는 말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타짜’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전작들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성실한 배우는 ‘타짜1편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는 뻔한 질문에도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속편이 나오면 진심으로 응원해줄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마음으로 찍은 영화에요. 저와 감독님 모두 타짜를 50번은 본 것 같습니다. 저희 배우들 모두 가장 좋아하는 영화거든요. 그 영화 팬들이 1편의 ‘동생’격인 속편을 어떻게 찍었을지, 예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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