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 서울시립미술관장 “‘호크니’ 같은 현대미술전 2년마다 운영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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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개월을 맞은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이 29일 언론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새로운 목표와 추진방향을 설명했다. ‘여럿이 만드는 미래, 모두가 연결된 미술관’을 목표로 밝힌 미술관은 ‘다양성’과 ‘연결성’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백 관장은 “서울은 이미 세계의 사회문화적 중심이 되고 있고, 이제는 현대미술을 매개로 세계의 도시와 서울을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술관은 소장품 정책, 비엔날레 재설계, 국제교류 등 태스크포스팀 등을 운영하며 실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열리는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예술감독을 선임하기도 했다. 감독으로 선정된 융 마는 현재 파리 퐁피두센터의 큐레이터.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홍콩 M+ 미술관 큐레이터를 지냈다. 2009년과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홍콩관 협력 큐레이터로도 참여했다.

백지숙 관장의 일문일답.

―‘관습적인 명화전이나 대중문화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범을 제시하는 특별전을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관을 찾는 관객이 가장 궁금한 것이 향후 전시 방향인데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가 8월 4일까지 진행 중이다. 호크니 전은 제가 관장으로 오기 전에 기획됐지만 진행하며 여러 가지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했다. 기존 명화전을 찾는 관객과는 다른 형태의 관객이 출연했음을 확인했다. 표본 1000명 정도의 관객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분석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대관전이 아니라 미술관 큐레이팅 인력이 초기 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했고 결과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로운 관객의 요구와 미술관의 큐레이터십이 결합된 차원의 걸작 전시를 2년마다 운영할 계획이다. 매년 운영하는 것은 미술관 시스템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짝수연도에는 비엔날레를 통해 미술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국제도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지점에 초점을 둔다면, 홀수연도에는 호크니의 결과를 토대로 관객 수요에 맞는 걸작 전을 기획하고자 한다. 미술사적인 전시보다 현대미술 현장과 결합해 관객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크니 전시 관객으로부터 어떠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나.

“아직은 데이터 분석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경험이나 감각으로 느낀 것은, 통상 명화전이라고 하면 교육적 기능을 갖고 부모와 아이가 같이 관람하는 형태였는데 이와 달랐다는 점이다. 준비 과정에서는 20대나 젊은 층이 전시를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결과를 놓고 보니 굉장히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의 20대 혹은 10대 말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이 찾았다. 또 평균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이상 전시장에 머물며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전시를 관람한다는 지점이 굉장히 새롭고 격려가 됐다. 미술관 입장뿐 아니라 문화상품인 ‘굿즈’ 판매율도 초반에는 입장권과 매출액수가 거의 동일해 놀랐다. 관객들이 단지 전시만 보는 게 아니라 상품을 구입해 일상 속으로 경험을 확장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된 것은 굳이 언급을 안 해도 잘 아실 것이다. 그런 경험적 수치가 있는데, 정확한 분석 결과는 데이터를 보고 말씀드리겠다.”

―소장품 정책 TF를 꾸렸는데, 소장 구입의 방향에 정해졌는지, 예산 확보는 어떻게 진행되나.

“미술관의 대표적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 소장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지난해 소장품 액수가 16억 원이다. 지속적으로 양질의 소장품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한 조건이라는 의견이 당연히 있다.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 예산이 한정돼 쉽지 않다. 소장품 중장기 계획이 2020년까지 수립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올해 말부터 소장품 방향과 공유 시스템 등을 고민할 예정이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는데, 비엔날레의 향후 성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지난해 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당시 집단 기획자 중 한 명인 최효준 전 관장이 성희롱 의혹을 받아 직무 정지 상태에 있었고, 1명이 추가로 사임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오자마자 제일 먼저 비엔날레 TF를 꾸렸다. 기존의 비엔날레 경험과 역사를 분석하며 논의된 것은, 외국인 감독을 뽑자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연령과 국적을 개방하고 추천 과정을 더 세밀하게 설계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추천위원회와 1,2차 선정위원회를 거쳤고 3차에서는 후보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받아 최종 선정했다. 시립미술관 입장에서는 주요 사업임에도 별도로 운영되는 감이 있어서, 미술관과 결합해 조직적 연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계속 지적됐다. 다만 이 부분은 인력이나 예산 조직이 수반되어야 해서 서울시 측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서소문 본관 안에서만 주로 비엔날레가 이뤄지다보니 그 성격보다 미술관의 국제교류 성격에 제한되는 느낌이 있어서, 이번에는 서울시에 산포한 여러 문화시설, 유휴시설 미술관 분관들을 통합해 감독에게 중요한 장소로 제안하고, 그 장소를 재해석하고 연결시키는 작업을 조정 중이다. 융 마 감독은 올해 12월에 기자간담회를 마련할 예정이며 이 때 구체적인 내용을 더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3월에는 1차 작가 리스트가 발표된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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