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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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흥식 교수의 ‘What am I’

왜 동양인들의 상체는 서양인들보다 길까? 서아프리계 흑인들은 왜 단거리 경기에 강할까? 왜 나이가 들면 밤잠이 줄어들까?

나흥식 고려대 의대 교수의 강의 속 물음들이다. 강의명은 ‘생물학적 인간’. 과학적으로 들여다본 인간과 내 모습이 주제다. 고려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는 강의로 학내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무려 18회나 받았다.

‘What am I’는 나 교수 강의를 대중 교양서로 정리한 책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물음과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자장가는 대부분 3박자다. 왜일까? 비밀은 심장과 관계가 있다. 우리의 심장은 뚝딱거리며 뛴다. ‘뚝’은 승모판과 삼첨판이 닫히면서 나는 1심음이고 ‘딱’은 대동맥판과 폐동맥판이 닫히면서 나는 2심음이다. 연속된 심음은 ‘뚝∼딱∼∼/뚝∼딱∼∼’으로 들린다. 한 주기가 3박자 형태의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엄마의 배 속에서 듣는, 엄밀히 말하면 몸 전체로 느끼는 바로 이 심음의 의미는 엄청나다. 이 소리는 엄마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아기는 엄마의 배 속에서 이 소리에 익숙해진 상태로 열 달 동안 있다가 분만된다. 아기를 안거나 수유를 할 때도 되도록 아기의 머리가 엄마의 심장이 있는 왼쪽에 오게 하라는 것은 바로 이 익숙한 엄마의 심음을 듣게 하기 위함이다.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남자의 성적흥분은 여자보다 빨리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다. 왜일까. 남자의 흥분이 지체돼서 여자가 먼저 흥분한다면 여자는 남자보다 먼저 성행위를 멈출 것이고 결국 남자는 사정에 실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짝짓기의 최종 목적인 수정이란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이유다. 비뇨기과에서 남자의 짧은 흥분기간(조루증)을 길게 하려는 치료 방법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는 생식의 기본적인 목적과는 거리가 먼 치료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의대 교수이자 뇌과학자의 교양 과학책쯤으로 생각하고 펼쳤다가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통찰에 빠져든다. 나 교수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굳게 닫힌 뇌를 여는 열쇠”라며 “독자 모두가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내용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헬스동아#건강#왓엠아이#나흥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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