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일일시호일’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 “다도는 ‘작은 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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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노리코가 처음 다도를 배운 스무 살부터 25년간 세월을 보여준다. 영화사진진 제공
영화는 노리코가 처음 다도를 배운 스무 살부터 25년간 세월을 보여준다. 영화사진진 제공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본 이들은 약속한 듯 “꼭 봐야할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의 원작은 일본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63)의 자전적 에세이 ‘매일매일 좋은 날’(알에이치코리아·1만3800원). 스무 살 무렵 만난 다도를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17년 전 출간돼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모리시타 씨를 e메일로 만났다.

‘일일시호일’을 쓴 모리시타 노리코는 “다도를 배운 뒤로 계절, 공기, 소리 같은 오감이 섬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photo by Sakurako Kuroda
‘일일시호일’을 쓴 모리시타 노리코는 “다도를 배운 뒤로 계절, 공기, 소리 같은 오감이 섬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photo by Sakurako Kuroda
―그 어렵다는 다도를 꾸준히 익히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선생님은 ‘그럴 땐 잠시 마음을 멀리 떨어뜨려두면 돼’라고 하셨죠. 그만둘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정도의 애매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도를 준비하고 다기, 족자 등 관련 기물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이 마치 예술 방담처럼 느껴집니다.

“다도는 예술이자 철학, 삶의 미학이며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계절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타인을 대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작은 다실에서 일시적으로 속세를 벗어나는 ‘작은 출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책에 다채로운 화과자가 등장합니다. 차마다 어울리는 화과자가 따로 있나요.

“화과자는 디자인으로 계절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예술입니다. 벚꽃 하나로도 막 피기 시작한 ‘첫 벚꽃’, 천천히 져가는 ‘꽃보라’, 강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꽃잎을 표현한 ‘꽃잎 뗏목’ 등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죠.”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

“감독님과 스태프도 촬영 전 수 개월 동안 다도를 배웠습니다. 차를 알아가는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참, 20여 년 전 서울 지하도에서 구입한 청자 찻잔도 이번 영화에 나왔어요.”

―한국에서 ‘일일시호일’ 책과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감을 무시한 채 살아갑니다. 다실에서는 생물로서의 오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의 소리와 차가운 물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죠.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무의식에 진정한 행복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머리를 ‘무(無)’로 만든다는 점에서 다도는 최근 유행하는 명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잡념을 잊고 오로지 맛있는 차 한 잔에 집중하다 보면 이따금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이 ‘무’ 아닐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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