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고슬고슬 밥 위 바삭바삭 튀김 ‘덴돈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마포구 포은로 이치젠의 ‘스페셜텐동’. 홍지윤 씨 제공
서울 마포구 포은로 이치젠의 ‘스페셜텐동’.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한때 서서 먹는 갈빗집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치구이(立ち식い·서서 먹기)나 다치노미(立ち飮み·서서 마시기) 방식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의 근대화가 한창이던 메이지 시대에 도심으로 몰린 노동자들이 짧은 시간에 끼니를 해결하고자 포장마차에서 소바나 덮밥을 먹으며 술 한잔을 걸치던 관습이 오래도록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먹고살기 바쁜 노동자의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음식 중 하나가 돈부리(どんぶり)로 불리는 덮밥이다. 주식인 쌀밥 위에 반찬이나 구운 생선을 얹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는 덮밥은 일본식 패스트푸드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상류계급에서는 본디 밥 위에 다른 요리나 반찬을 올려먹는 것을 꺼렸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간편식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에도 말기 장어구이를 배달하면서 보온과 편리함을 위해 따뜻한 밥 위에 장어를 얹은 것이 시초라고 보는 설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돈부리가 나오게 된 것은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육식을 장려하고 다양한 서양 조리법에 눈을 뜨면서부터다. 달걀과 함께 익힌 닭고기(오야코돈), 양파와 함께 간장에 조린 쇠고기(규돈), 해산물과 야채튀김(덴돈) 등이 바로 그것.

국내의 돈부리는 연어나 참치 같은 날생선을 얹은 사시미돈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덴돈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튀김을 밥 위에 올리면 덴돈이 되지만 여기에도 기본 구색이 있다. 흰 살 생선과 오징어, 새우, 패주 등의 해산물 2, 3개에 가지, 꽈리고추, 연근, 고구마 같은 제철 야채가 올라가야 한다. 자칫 따로 놀 수 있는 덴푸라와 밥을 이어주는 중요한 재료는 바로 양념장, 다래다.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국물을 낸 일본식 다시에 간장과 미림, 설탕 같은 조미료를 넣고 끓인 다래를 흰쌀밥과 튀김옷에 살살 끼얹어 먹어야 비로소 바삭한 튀김과 고슬고슬한 밥이 혼연일체가 된다. 일본에서는 튀김을 밥 위에 얹은 후 뚜껑을 잠시 덮어 튀김옷을 살짝 부드럽게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눅눅한 것보다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바삭함을 유지하는 튀김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은 날달걀을 깨뜨린 후 뜨거운 기름에 바로 넣어 익히는 달걀튀김을 추가하는 것이 유행이다. 마지막에 덜 익힌 노른자를 터뜨려 간장이 스며든 고슬고슬한 밥과 섞어 먹으면 이 또한 별미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이치젠 서울 마포구 포은로 109, 스페셜텐동 1만5000원

○우마텐 서울 강남구 언주로153길 13, 스페셜텐동 1만6000원

○시타마치텐동 아키미츠 서울 종로구 종로 51, 고다이메텐동 2만2000원
#텐동#돈부리#덮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