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正史)의 대표 선수로 여겨졌던 김부식(1075∼1151)의 ‘삼국사기’와 달리 승려 일연(1206∼1289)이 쓴 ‘삼국유사’는 야사(野史)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삼국사기가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나열된 데 비해 삼국유사에는 신화와 설화, 향가 등 문학적 요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삼국유사는 삼국사기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민족의 문화유산을 남기기 위한 별개의 아카이브로서 간행됐다”며 삼국유사의 신화적 요소에 숨겨진 우리 고대사회의 모습을 풀어낸다.
삼국유사를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 눈에 띈다. 단군신화로 알려진 ‘고조선조’는 총 437자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단군에 대한 내용은 191자이고, 환웅과 관련된 서술은 246자로 오히려 환웅에 대한 소개가 많다. 저자는 단군이 아닌 ‘환웅신화’로 접근해야 고조선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허황된 이야기로만 여겨진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 신화. 김알지가 알에서 깨어났다는 기존 견해와 달리 철제 제련이 발달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금함’에서 나온 아이로 해석하는 부분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서양문화의 근간이듯이 삼국유사에 실린 건국·시조신화가 우리 민족문화의 근간”이란 저자의 말처럼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활용 가능한 삼국유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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