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선 기존 서울을 다루는 인식이 궁궐이나 종묘 등 문화유산에 집중하는 게 ‘조선 왕조 중심주의’의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인식은 실제 서울의 역사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강남을 개발하며 무수한 백제 고분과 왕릉이 망가졌고, 은평구 한옥 마을을 조성하며 5000여 기의 평민 무덤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저자는 서울이 “역사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문화유산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잦은 외세의 침략과 일제의 약탈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책임이 현대 한국에도 있다고 말한다. 사대문 안 조선 왕조는 열심히 복원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목을 매면서도, 사대문 밖 유적은 함부로 파헤치는 우리의 모습. 이젠 차분히 돌아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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