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미역이 주인공인 ‘미역국’ 귀해진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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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심이가 들어간 미역국. 이윤화 씨 제공
옹심이가 들어간 미역국.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한때 복합건물 내 식당을 맡아서 운영한 적이 있었다. 스카이라운지 양식당과 10곳이 넘는 푸드코트, 그리고 커다란 찜질방 안의 식당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찜질방 식당의 미역국이 늘 걱정거리였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소고기미역국을 만들어 팔았다. 얼마 안 되어 질린다는 고객의 반응이 ‘조리팀 여사님’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그때부터 미역국 연구 순례가 시작됐다. 들깨미역국, 조개미역국, 감자미역국, 황태미역국…. 그러던 어느 날 ‘맨미역국’이 등장했다. 참기름으로 미역을 볶다 끓이는 방식이 아니고 물에 미역을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으로만 간을 한 ‘심플’ 그 자체의 미역국이었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맨미역국을 어떻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 메뉴판의 소고기미역국 옆에 맨미역국을 써 놓고 500원 싸게 팔아보자고 용기를 냈다. 누가 사먹을까 걱정하면서. 결과는 의외였다. 흠뻑 땀 흘린 뒤 식혜 한 사발 찾듯 맨미역국이 개운하다 하여 마시듯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미역을 주재료로 한 향토 음식을 만날 때가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강원도 강릉의 산모용 몸풀이국은 우럭미역국이다. 비싼 소고기 대신 질 좋은 우럭이 만만했던 고장의 우럭미역국은 뽀얗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에야 당연히 고기미역국보다 한 수 위임에 틀림없다. 동해안 삼척 인근의 막장미역국도 신기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간장에서 건진 메주로 담근 된장이 아닌, 처음부터 메줏가루를 넣어 진하게 담는 막장을 즐겨먹는데, 그 막장을 넣은 미역국은 지금도 소박한 가정식이자 장례식장의 국으로도 애용된다.

국은 아니지만 제주도 해녀가 많은 성산포 지역 온평리의 미역무침 또한 잊을 수가 없다. 해삼토렴이라는 음식은 싱싱한 미역에 성게, 해삼(또는 소라)이 들어가고 직접 짠 참기름으로 무친 걸로 옛날부터 먹어온 마을 음식이다. 보드랍고 바다향 나는 미역맛 자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마을 생활개선회 소속 부녀회원들이 돌아가며 일하기에 음식 맛은 그날그날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미역의 참맛만은 늘 한결 같다. 요즘 도시에서는 ‘○○미역’이라는 체인점 미역전문점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먹던 국이 외식상품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자미미역국, 소갈비미역국, 전복미역국처럼 화려한 재료가 들어가고 그만한 비싼 값도 치러야 하는 고급 미역국이 많다. 결국 미역이 ‘조연’으로 전락한 미역국 전문점이다. 맨미역국이나 엄마표 집미역국을 식당에서 찾기엔 내 꿈이 야무질지도 모르겠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 경주장모님미역국 미역국정식 7000원부터. 서울 성북구 혜화로 82-1. 02-766-7342
○ 장안횟집 우럭미역국 1만 원. 강원 강릉시 사천면 진리항구길 51. 033-644-1136
○ 향토맛집(온평생활개선회) 해삼토렴 2만 원부터.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환해장성로 389. 064-782-8689
#미역#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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