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있는 감옥 VS 정글 같은 감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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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의 삶 소재로 한 한미 두 드라마 비교해보니

남성 교도소를 주제로 한 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위 사진)과 여성 교도소를 주제로 한 미국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두 드라마는 금기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감옥 내부의 일상을 그려내 외면받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한다. 넷플릭스·tvN 제공
남성 교도소를 주제로 한 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위 사진)과 여성 교도소를 주제로 한 미국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두 드라마는 금기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감옥 내부의 일상을 그려내 외면받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한다. 넷플릭스·tvN 제공
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한국시리즈 2년 연속 MVP, 골든글러브 3연패의 화려한 기록을 가진 특급 마무리 투수다. 평생 야구만 해온 그는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는다. 교도소에 갇히는 범죄자 신세가 된 그는 감옥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줄거리다.

김제혁은 파이퍼 채프먼을 떠오르게 한다. 채프먼은 2013년 방영을 시작해 최근 시즌5 방영을 마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주인공이다. 채프먼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수제 목욕비누 사업을 시작하려던 31세의 코네티컷 출신 와스프(WASP·앵글로색슨계 백인)다.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그가 철없던 20대 시절 마약 운반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갑자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오렌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회의 주류에서 완전한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두 드라마는 거의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처럼 금기의 공간이나 ‘사회적 죽음’의 공간으로만 그려졌던 감옥 안의 삶은 정말 어떤지 그 속살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오렌지’는 실제 감옥에 수감됐던 파이퍼 커먼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감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적 올바름(PC)’이나 도덕이 모두 무너진 감옥에선 약육강식만이 유효하다. 채프먼은 점점 그곳에 동화되며 사회의 선입견을 벗겨내고, 동료 수감자들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지독한 냉소에서 피어나온 인간에 대한 애정은 ‘오렌지’를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이자 에미상 12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고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한편 최근 4회까지 방영을 마친 ‘감빵생활’은 냉소보다 인간적 감동에 초점을 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제혁을 오래전부터 알았던 지인들은 모두 ‘감옥에 있는 사람은 결국 범죄자니 아무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감옥에서 자신을 도와주겠다던 교도관이 뒷돈을 요구하고, 그를 미워하는 동료 수감자가 칼로 어깨를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조건 없이 자신을 돕는 동료 수감자에게 감동을 받고, 남몰래 어려운 동료를 도우며 제혁은 연대감을 형성한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사랑받은 신원호 PD가 블랙 코미디를 들고나온 것은 커다란 모험이다. ‘남편 찾기’도 없고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매력적인 코드도 없다. 감옥이라는 소재, 낯선 배우, 주인공 중심이 아닌 캐릭터로 전개되는 구성 모두 국내 드라마에서는 새롭다. 남자 교도소가 배경인 만큼 남성 배우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묘사와 스타 배우보다 탄탄한 이야기를 무기로 내세운 ‘응답하라’의 성공 요인은 ‘감빵생활’에서도 돋보인다. 스스로의 모험에 대해 신 PD는 이렇게 말했다. “성적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응답하라’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배우들이 많이 발견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슬기로운 감빵생활#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신원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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