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교회, 루터가 봤다면 통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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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성령대회’ 치러낸 소강석 목사 일침

25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집무실에서 만난 소강석 담임목사. 소 목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었기에 한국 교회도 있는 것”이라며 “종교개혁은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에덴교회 제공
25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집무실에서 만난 소강석 담임목사. 소 목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었기에 한국 교회도 있는 것”이라며 “종교개혁은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에덴교회 제공
“마르틴 루터(1483∼1546)가 이 땅에 온다면, 통탄할 일이 많을 겁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당대 로마교황청에서 봤듯이 종교가 타락하면 부패한 정권보다 추잡해집니다.”

최근 국내에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포럼이나 기념예배 등이 쏟아진다. 루터 관련 신간도 10여 권이 나왔다. 개신교 쪽에선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의 행보가 눈에 띈다. 개신교 연합체인 ‘종교개혁500주년성령대회’ 대회장을 맡아 8일 신도 5000여 명이 참석한 성령대회, 15일 기념예배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5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그는 평소 달변과 달리 말을 무척 신중하게 골랐다. 소 목사는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기념비적인 날인 건 틀림없지만, 현재 한국 교회에 닥친 위기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고 말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인가.


“용기다. 권위와 제도에 맞설 수 있는 종교적 믿음. 알다시피 그가 살던 중세는 교황청이 무소불위의 힘을 지녔다. 그런데 일개 수도사가 반기를 들었다. 루터도 인간이다. 수많은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흔들리고 좌절하기도 했다. 소신을 밝힌 것도 대단하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신앙을 지킨 점이 더 위대하다. 루터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서 서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큰 기념일인데 이벤트가 많지 않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루터는 ‘오직 성경, 오직 믿음’을 강조했다. 화려한 겉치레를 싫어하고 지양했다. 후대가 흥청망청할 수 있겠는가. 신실한 학술대회와 예배에 무게중심을 뒀다. 둘째, 한국 교회가 처한 환경을 고려했다. 몇 년 전부터 500주년을 준비했는데, 지난해부터 나라에 큰 격변이 있지 않았나. 내실을 기해야지 경거망동할 때가 아니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15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예배. 새에덴교회 제공
15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예배. 새에덴교회 제공

―‘루터가 통탄했을 것’이란 말과 같은 맥락인가.

“맞다. 특히 한국 교회 분열은 적폐 중의 적폐다.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존재할 순 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선 모두 하나일 뿐이다. 요즘처럼 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을 때 ‘연합과 일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교인 과세 이슈도 좀 더 정치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꾸 오해를 만드는 상황이 안타깝다. 우리 교회는 오래전부터 성실하게 납세해왔다. 정부도 교회도 머리를 맞대고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 뒤 한국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은….


“지난해 한국 개신교는 사회복지에 약 8000억 원을 썼다. 그런데도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억울한 면도 있지만, 왜 이런 처지가 됐는지 반성해야 한다. 어쩌면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성장일변도에 매달렸던 건 아닐까. 한국 교회도 하루빨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더 이상 개혁을 주저하다간 공룡의 몰락을 겪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개혁의 키워드는 ‘투명성’과 ‘도덕성’이다. 지금 한국 교회가 루터의 시대정신에 목말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인=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종교개혁 500주년 성령대회#소강석 목사#마르틴 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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