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글과 컬러로 부활한 고산자의 대동여지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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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동여지도/최선웅 민병준 지음/344쪽·4만8000원·진선출판사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직접 본 이는 거의 없다. 조선 철종 12년인 1861년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 얘기다.

보물 850호로 현재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찾아가 실물로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직접 눈으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명은 한자로, 그것도 약자나 속자로 기록돼 있고 먹으로 인쇄하다 보니 산맥과 강, 도로와 기호 등이 모두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어 구분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대동여지도의 단점을 보완해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저자들은 1만1680여 개의 대동여지도 속 한자 지명을 일일이 번역해 한글로 표기했다. 1861년 원판을 80% 크기의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일부를 컬러로 제작했다. 지도 우측에는 주요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설도 같이 넣어 이해를 돕는다.

책을 보면 새삼 대동여지도의 정확성에 놀라게 된다.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행정경계와 오늘날 국도의 기원이 된 조선 10대 도로 등을 보고 있으면 과거가 아닌 현재의 지도를 보는 듯하다. 무수한 섬들을 빽빽이 표현한 남해안 지방과 조선의 대표적 유배지였던 함경도 갑산 지역의 험한 산세, 우리 민족의 명산 백두산을 정확히 표현한 것까지. 160여 년 전 고산자의 노력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저자들은 대동여지도에 미처 그려 넣지 못한 우산도(독도)와 삼문도(거문도)를 추가해 명실상부한 조선 전국지도로서의 면모를 되살렸다. 지도는 그 시점의 역사라고 한다. 조선시대와 현재의 시점을 균형 있게 조화한 매력 있는 지도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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