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잔향]종각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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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대해 쓸지 고민하다가 일본 출판업 전망을 책방 이야기로 엮었다는 책 소개에 눈길이 가 인터넷서점 사이트에 들어갔다. 회사 건너편과 집 근처 서점에 모두 재고가 없어 거의 찾지 않는 종각역 대형서점 사이트를 찾아봤다. ‘재고 2권. 지하 1층 B구역.’

여러 사연으로 되도록 걷지 않게 된 길을 어쩔 수 없이 이 악물고 더듬듯 걸어 서점에 닿았다. ‘잽싸게 사 들고 집에 가서 저녁 해먹으며 읽어야지.’ 하지만 B구역을 몇 번 거듭 살펴도 찾는 책은 없었다.

컴퓨터 단말기 있는 곳을 찾아 직원에게 문의했다. 직원은 말없이 컴퓨터를 두드려보더니 내가 조금 전 한 행동을 그대로 반복했다. 수고를 끼쳐 미안한 마음에 혹시나 하고 근처 다른 코너를 살폈다. 잠시 후 돌아보니 직원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단말기 쪽으로 가보니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무심한 표정을 보니 따져 물어봐야 좋은 답 들을 수 없겠다 싶어 그냥 “그 책은 없는 건가요” 간단히 물었다. 직원은 또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금세 돌아오더니 말했다. “없네요.”

걷기 싫은 길을 허우적거리며 되짚어 겨우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어쩌나. 뭘 쓰지. 고민하며 전철을 기다리는데 같은 부 대중음악 담당 후배가 지나다가 알은척을 해줬다. 각자 쓰고 있던 헤드폰을 벗고 안부를 나누며 전철에 올랐다.

“버스 안 타고 어디 가요?”

“상암동 취재요.”

“난 책 사러 오랜만에 종각역 서점 갔다가 전산 오류로 허탕 치고 가는 길이에요.”

“어. 나도 얼마 전에 거기서 똑같은 일 겪었는데. 3권 있다고 검색돼서 찾아가 한참 헤매다가 저녁 약속 지각했어요.”

이튿날에도 검색 결과는 그대로였다.
이튿날에도 검색 결과는 그대로였다.
글 소재를 건져서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매장 직원들의 업무량을 감안하지 않은 허술한 종각역 서점 전산시스템. 개선되길 바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종각역 대형서점 사이트#종각역 서점#종각역 서점 전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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