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4월 원색의 제주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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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4월은 주변이 원색으로 넘쳐난다. 갓 튀겨 나온 팝콘에 분홍 물감을 물들인 것 같은 왕벚꽃나무 색, 제주 어디든 어김없이 있는 유채꽃의 샛노란색, 이삭이 점점 익어가며 제주 바람에 하늘거리는 청보리의 진녹색 등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원색들이 파란 하늘을 바탕으로 여기저기를 물들이고 있다.

자동차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원색의 바람이 흩날리면 자연스레 손을 내밀고 바람을 손끝으로 만지게 된다. 이 작은 움직임에 느끼는 행복감과 여유로움에 가끔 가슴이 설레기도 하며, 아직까지 제주에 살고 있음을 행운으로 여기기도 한다.

요즘 들어 제주의 천연 색상 풍경을 보고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동안 도시에서 예쁜 걸 보고도 예쁜지 모르고, 좋은 걸 알면서도 좋다고 못 하고, 행복한 것을 행복인지 인지하지 못했는데, 작은 예쁨에, 사소한 행복에, 별스럽지 않은 좋음에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제주에 원색 물결이 넘쳐나도 진정한 제주의 봄 절정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있다.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채취하는 제주 고사리가 그 발걸음의 목적이다. 차를 타고 중산간 어디든 가다 보면 고사리를 따는 삼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사리 따는 곳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에서는 고사리 인기가 높다. 4월 제주에선 한창 봄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이 시기에 양파는 매운맛이 적고 단맛이 많아 그냥 먹어도 아주 맛깔난다. 수확하는 밭을 지나가다 “삼촌, 안녕하세요” 인사말만 건네도 한 무더기씩 양파를 안겨줄 만큼 시골 생활 인심은 그대로다. 제주에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밭에서 파지(상품 가치가 없는 상품, 수확하고 남은 상품)를 줍는 사람이 많아졌다. 상품으로 팔 수 없을 뿐 크게 모나지 않은 싱싱한 농작물을 가져다 먹는 재미가 있겠지만, 파지라 해도 반드시 밭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농부에겐 일 년 땀의 대가이자, 인고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동네 삼촌들이 자기 먹을 정도를 가져가는 건 언제든 괜찮지만, 파지라고 해도 욕심을 부려 많은 양을 가져가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말씀을 몇 번 하신 적이 있다.

제주의 봄 4월!

내가 이주하길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시기다. 지금 시기에 제주에 와보지 못한 분들에게 제주의 눈부신 원색 빛깔과 시원한 바람에 여유를 가져 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현일

※필자(42)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4월 제주#제주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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