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이 시대에 부끄러움 알려주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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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맞아 한중일 순회공연 나선 밴드 ‘눈오는 지도’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 노래를 만들어 해외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밴드 ‘눈오는 지도’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효영(콘트라베이스), 최자연(건반), 이지연(보컬), 한은준(리더 겸 작곡가), 신희선 씨(국악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 노래를 만들어 해외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밴드 ‘눈오는 지도’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효영(콘트라베이스), 최자연(건반), 이지연(보컬), 한은준(리더 겸 작곡가), 신희선 씨(국악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문과대 100주년기념홀에 노래 한 곡이 울려 퍼졌다. 가사는 윤동주 시인의 ‘눈오는 지도’.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한 밴드의 이름도 ‘눈오는 지도’다. 윤 시인의 서정적 시구(詩句)에 기타와 건반 등이 더해져 소박하고 잔잔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한(恨)의 정서를 담은 노랫말 앞에 공연장 분위기도 숙연해졌다.

윤 시인의 시로 노래를 만들어 미국에서 활동하는 밴드 눈오는 지도가 시인 탄생 100주년, 서거 72주기를 기념해 한중일 순회공연차 한국을 찾았다. 밴드는 리더 겸 작곡가인 한은준 씨(49)가 2005년 미국에서 교포를 중심으로 결성했다. 버클리대 음대 출신인 이지연 씨(29)가 보컬로 합류했고 유학생 중심으로 드럼과 건반 베이스기타 등 객원 멤버들이 꾸려졌다. 특히 이번 순회공연에는 국악기 연주자인 신희선 씨(31)와 건반의 최자연 씨(42),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효영 씨(35)가 동행했다.

눈오는 지도는 공연 때마다 “왜?”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많은 시인 중에 왜 윤동주인지, 밴드명이 왜 눈오는 지도인지, 왜 자비를 들여 활동을 하는지 등이다. 리더 한 씨는 윤 시인의 팬다운 답변을 내놨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을 모르고 사는 이 시대에 부끄러움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마다 각자의 잘못된 ‘하늘’을 두고 잘못 없는 듯 뻔뻔하게 살고 있잖아요.”

눈오는 지도를 밴드 이름으로 정한 이유도 궁금했다. 윤 시인의 작품 중 비교적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씨는 “눈오는 지도가 무슨 의미인지, 시에 나오는 ‘순이’가 누구인지 명확한 해석이 없었다”며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비를 들여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멤버들은 “그저 윤동주의 시와 삶이 좋아서”라고 입을 모았다. 보컬 이지연 씨는 “수능에 나와야 시를 읽는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시어를 제대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한다”고 말했다.

베이시스트 김효영 씨는 “혼란한 시국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인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눈오는 지도는 윤 시인의 작품에 멜로디를 입힌 ‘별 헤는 밤’, ‘자화상’, ‘서시’ 등을 비롯한 14개 곡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2007년 발매한 1집에 이어 올해 2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들은 16일 중국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 시, 19일 일본 도쿄(東京)의 릿쿄(立敎)대, 25∼26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눈오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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