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책 세상에 남긴 큰 발자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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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찾았다. 황동규의 ‘삼남에 내리는 눈’, 정호승의 ‘서울의 예수’,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시집이 1500원이었던 때 오늘의시인총서 몇 권을 사면서 설렜던 기억이 떠올랐다.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에 실린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밑줄 치며 읽었던 학생도 숱했으리라. 이데아총서는 문학도뿐 아니라 사회과학도에게도 필독서였다. 청년 시절의 이성과 감성을 민음사의 책에 상당 부분 빚진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기자가 이문열 씨를 만난 자리엔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함께하곤 했다. 그때 그는 소설가의 얘기를 기자와 나눠 듣기를 즐거워하는 문우였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소통’이라는 계간 ‘세계의문학’의 지향을 밝힐 때 출판인으로서의 신념은 확고했다. 함께 출판인의 길을 가는 맏딸에게 손자의 근황을 물을 때는 다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고인이 별세한 날은 6년 전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한 시대가 이렇게 간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박맹호#황동규#삼남에 내리는 눈#정호승#서울의 예수#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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