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재료로만 요리… 익숙한데도 참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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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편의점을 털어라’

한국인에겐 너무나 친숙한 공간인 편의점을 무대로 삼은 예능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 tvN 제공
한국인에겐 너무나 친숙한 공간인 편의점을 무대로 삼은 예능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 tvN 제공
  ‘편의점 하루 방문자 1049만 명.’

 뭐가 더 필요하겠나. tvN 예능 ‘편의점을 털어라’(금요일 오후 9시 20분)는 이것만으로도 존재 가치를 지닌다. 서울 인구(약 993만 명)보다 많은 수가 들락거리는 공간. 살짝 뻥(?)쳐서 이젠 안방만큼 친숙해진 편의점을 예능 무대로 꾸민 건 영리한 선택이었다. 좀 시들긴 했어도 여전히 한 방 있는 ‘먹방’ 테마도 나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편의점에 파는 재료만 갖고 나름 ‘요리’를 만드는 포맷. 한마디로 묘하게 익숙한데 참신하다.

 물론 ‘편의점…’은 솔직히 어디서 ‘갖다 쓴’ 냄새가 짙다. 요리 선정 과정을 미리 인터넷으로 중계하며 누리꾼과 소통하는 방식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하도 나와 소유권을 따지기도 뭣하다. 제한시간 안에 요리하고 판정하는 포맷도 이젠 멋쩍다. 근데 이걸 쫄깃한 출연진 궁합으로 커버한다. 박나래와 딘딘 조합은 요즘 이들이 왜 바쁜지 딱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타와 토니도 이젠 40대에 접어든 오랜 벗의 시너지가 은근하다.

 뭣보다 ‘편의점…’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장삼이사의 폐부를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바쁜 데다 곤궁한 일상. 편의점은 그저 ‘끼니를 때우러’ 들른다. 그 무미건조한 반복 속에서 잠시라도 나만의 소소한 사치를 누릴 수 있다면. 이 예능은 의도했건 아니건 짠한 위로의 기운이 물씬하다.

 허나 ‘똑같은’ 이유로 태생적 한계도 뚜렷하다. 1회에 소개한 ‘핫카동 정식’을 보자. 홈페이지에 공개한 재료대로 편의점 장을 보니 대략 1만6000원쯤 나온다. 2인분이라 쳐도 두당 8000원꼴. 요리 시간도 혼자 하면 꽤 걸린다. 차라리 동네 국밥집을 갈걸. 짬 없고 주머니 빈약한 이를 위한 방송인 줄 알았더니.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

  ‘편의점…’의 미래도 아직은 녹록잖다. tvN 대표 상품 ‘나영석표’ 예능 사이에 끼인 처지. ‘삼시세끼’가 끝난 뒤 다음 달 3일 선보이는 ‘신혼일기’ 때까지 3주만 허락돼 있다. 희망적인 건 첫 회 시청률이 4.2%(TNMS)로 선방한 편. 지금 거긴 아니더라도 저 골목을 돌면 만나지려나. 그게 우리네 편의점 아닌가. ★★☆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편의점을 털어라#tvn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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