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관계자들 이구동성 지적
구시대적 어음 돌려막기 관행 끊고 판매정보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여기 부도난 회사 맞아? 너무 조용한데….”
이달 초 국내 2위 출판도매상 송인서적이 100억 원 규모의 어음 결제를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파주 본사를 찾아갔던 사진기자의 말이다. 피해를 본 출판사 관계자들이 부도 소식을 듣고 몰려왔지만 고성이나 몸싸움 기미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출판사 관계자들은 “뜻밖의 일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반복 경험해 다들 ‘그러려니’ 한다”라고 말했다.
고세규 김영사 이사는 “송인서적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부도를 맞았다가 공적자금과 출판사들의 구제 협조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그럼에도 운영 방식에 뚜렷한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파국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다”라고 했다.
송인서적과 거래해 온 2000여 개 출판사가 입은 피해액은 약 680억 원.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소 출판사를 위해 출판기금 50억 원 저리 융자와 현금 30억 원 지원을 결정하는 등 대처 방안이 제시됐다. 유통 관계자와 소비자의 십시일반 도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출판 관계자들은 “이번 송인서적 부도를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도서 유통 시스템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출판업의 생태계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는 “국내 출판업 통계는 대부분 추정치다. 매출도 판매량도 주먹구구로 집계된다. 유통 시스템을 혁신할 기본 자료의 신뢰조차 담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출판인회의 등의 조사 자료에서 국내 출판시장 매출 규모는 최대 1조 원의 편차를 보였다.
국내 오프라인 서점은 10년 새 2013개에서 1559개로 25% 감소했다. 대형 서점과 출판사의 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도매상의 거래처는 그만큼 더 줄어들었다. 송인서적은 이런 상황에서 ‘어음 돌려 막기’ 거래 관행을 버리지 못했고 판매 실적 자료 없이 책을 내준 출판사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출판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적 판매정보시스템(POS) 마련을 유통구조 개선의 첫 단추로 꼽는다. 문체부가 2015년 POS 사업을 시작해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서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디다. 현재 POS 참여에 동의한 서점은 200여 곳. 권도연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판매 자료를 투명화해 매출 수치를 현실화하는 것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거다. 앞으로 100곳 정도를 추가하면 전체 출판시장의 50% 이상을 반영해 신뢰도 있는 자료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