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장고서 잠자던 조선회화, 고국의 손길로 깨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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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 ‘곽분양행락도’ 특별전
在美 큐레이터 우현수씨 등 노력… 2점 들여와 보존처리 마쳐
국내 전시뒤 美 돌아가 일반 공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스펜서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조선 후기 왕실에서 각종 가례에 병풍 그림 등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길상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보존 처리를 마친 그림을 봤는데 전체적으로 톤이 밝아지고 예뻐진 느낌입니다. 비단 장황(裝潢)도 조선시대 고증을 충실히 따랐더군요. 이젠 미국 관람객들에게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됐네요.”

 지난해 12월 20일 국립고궁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보존 처리 특별전’. 우현수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큐레이터가 환한 표정으로 1년여 만에 해후한 그림을 본 소감을 말했다. 곽분양행락도는 당나라의 명장 곽자의(697∼781)가 분양왕에 봉해진 뒤 부귀영화를 누리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다. 조선 후기 왕실에서 만복을 기원하는 길상화로 그려져 혼례용 축하 병풍 등에 사용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캔자스대 스펜서미술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이 각각 소장한 곽분양행락도 2점을 최근 국내로 들여와 보존 처리를 마쳤다. 이들 그림은 고궁박물관 전시가 끝나는 대로 미국으로 돌아가 현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는 2000년 기증 이후 16년 동안 전시되지 못하고 수장고 안에만 있었다. 기증 당시부터 그림 일부가 살짝 찢어진 데다 채색도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존 처리가 시급했지만 한국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지원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미술관 내 유일한 한국인 큐레이터로 조선회화사를 전공한 우 씨는 재단에 지원을 요청해 보존 처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1955∼1958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고(故) 스티븐 매코믹 대령이 국내에서 구입했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보스턴미술관에서 한국 미술품을 접하고 반해 한국 체류 기간 기와와 도자기, 그림 등 한국 미술품 100여 점을 수집했다. 2003년 타계한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뜻깊을 것”이라며 모든 수집품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스펜서미술관이 소장한 또 다른 곽분양행락도가 10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도 한 큐레이터의 노력 덕분이었다. 크리스 어첨스 스펜서미술관 큐레이터는 “지난해 4월 수장고를 정리하면서 8폭의 병풍 그림을 우연히 발견했다”며 “소장품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기록보관소를 찾아 헤맨 끝에 소장 경위와 기증자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림에는 ‘자손이 조상을 기리는 축제를 그린 것으로 한국에서 결혼 선물로 주어진다’는 영문 메모가 붙어 있었다.

 관련 기록을 조사한 결과 백화점 소유주였던 샐리 케이시 테이어 여사가 시카고에서 구입해 1917년 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골동품상이 한국 고미술품을 해외로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미국까지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첨스 큐레이터는 “조선시대 정통 궁중회화를 미국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돼 더없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조선회화#곽분양행락도#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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