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예술 열풍…100년 만에 전시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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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남포미술관에서 17일부터 15일 동안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시 ‘경계를 넘어 마주보다’에 전시되는 소록도 해록예술회 회원들의 작품. 해록예술회 회원들은 ‘예술을 통해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고 싶다’고 밝혔다.
전남 고흥군 남포미술관에서 17일부터 15일 동안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시 ‘경계를 넘어 마주보다’에 전시되는 소록도 해록예술회 회원들의 작품. 해록예술회 회원들은 ‘예술을 통해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고 싶다’고 밝혔다.
한센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예술 열풍이 불고 있다. 고령의 한센인 작가 9명은 소록도 병원이 생긴지 100년 만에 사회에서 전시회를 갖는 등 예술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해록예술회는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고흥군 남포미술관에서 '경계를 넘어 마주보다' 전시회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는 해록예술회와 순천지역 원로예술인 모임인 원미회 회원들의 작품 등 52점이 전시된다.

해록예술회는 한국화, 서양화, 서예,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가진 한센인 작가 9명 등 회원 12명이 참여하는 소록도 최초의 예술단체다. 해록예술회 회원 평균 연령은 70세다.

해록예술회 회원들은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전남 나주시 빛가람 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1층에서 작품 17점을 전시했다. 회원들은 이들 전시회가 소록도 100년 역사상 첫 사회에서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해록예술회 회원 고귀한 씨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없어 손등에 고무줄로 펜, 붓을 묶어 글씨를 쓰고 있다. 고 씨는 성경책을 모두 필사할 정도로 왕성한 예술 혼을 불태우고 있다.

해록예술회 회장 강선봉 씨(79)는 수필집 소록도 賤國으로의 여행, 시집 곡산의 솔바람 소리를 펴낸 시인이자 수필가다. 그는 "소록도의 아픔을 알리고 싶어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세상의 벽을 허물고 손을 잡고 싶다"고 했다.

해록회예술회 총무 한광희 씨(75)는 "서예를 하고 있는데 불편한 것이 많지만 어려서부터 습관이 돼 글 쓰는 시늉을 해보고 있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글씨를 보여준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예를 통해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고 싶은 포부가 있다.

소록도에는 한센인 560명이 생활하고 있다. 한센인들은 그동안 예술에 대한 열정이 컸지만 물감을 만져보지 못할 정도로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포미술관이 2005년부터 소록도에서 벽화작업이나 도자기 제작 등을 하면서 한센인들의 예술참여를 유도한 것이 이들의 예술 열정을 자극했다. 해록예술회 회원들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자 다른 주민들도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소록도에 예술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고흥=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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