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신이 사랑하는 커피를 위한 변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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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죄가 되지 않는 101가지 이유/로잔느 산토스, 다르시 리마 지음/김정윤 옮김/360쪽·1만9000원·가갸날

 로잔느 산토스는 미국 조지아 주 서배너 시의 한 작은 대학 약학 전공 교수다. 줄기차게 커피의 장점을 소개하는 글을 써 왔다. 다르시 리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 의대 교수로 지난해 별세했다. 생전에 꾸준히 커피가 건강에 이로움을 알려주는 다양한 저술과 방송 활동에 힘썼다.

 탄탄한 경력을 앞세우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글을 무조건적인 신뢰의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 신망 높은 전문가는 이따금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저지를 수 있는 자신의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지 못하는 함정에 스스로 빠지기 쉬운 존재다.

 커피가 건강에 이로움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 해로움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탁구 경기를 벌이듯 늘 번갈아 발표된다. 이 책이 설파하는 내용을 탐독한 뒤 매일 아침저녁 물 대신 커피를 들이마시고 말고 하는 건 독자가 선택할 바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늘 내가 커피를 너무 과하게 마셨나’ 하는 죄의식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가볍게 훑을 읽을거리 정도의 효용이 적절할 거다.

 학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조심스럽게 기술한 글이라기보다는 그저 커피 애호가로서 농담 비슷한 가벼운 에세이를 끼적여 묶은 책이다. ‘커피가 섹스보다 좋다’는 제목 아래 “공공장소에서도 즐길 수 있다”고 써 놓은 식이다. 그 밖에도 들고 있던 커피 맛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문구가 드문드문 눈에 띈다.

 이런저런 병을 예방한다고 쓴 후반부 내용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페루 베트남 등 다양한 원두 원산지의 특색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요약해 소개한 부분이 비교적 유용하다. 치아 변색과 커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바와 어긋난다.

 “치아 변색의 주요 원인은 흡연과 노화다. 차와 커피가 치아를 변색시킨다는 주장은 입증된 적이 없다. 실제로는 원두의 항생 효과가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의 활동을 방해하고 증식을 억제한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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