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빠가 된 해리 포터, 아들 위한 마법이 필요해?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부/J K롤링, 존 티퍼니, 잭 손 지음·박아람 옮김/248쪽·1만2000원·문학수첩

영국 런던 팰리스 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한 장면. 익숙한 마법에 시간여행이 더해진 판타지 모험 이야기지만 30대 중반의 가장이 된 해리 포터와 둘째 아들 알버스가 맺어 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공식 홈페이지

　다시 ‘해리 포터’다.

　7월 영국에서 첫선을 보인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11일 상륙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이후 9년 만이다. 작가 조앤 K 롤링은 이 작품이 ‘해리 포터’ 시리즈의 8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라고 밝혔다.

　전작들과 달리 소설이 아니고 연극 대본집이다. 오로지 대사와 지문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연극을 염두에 뒀던 만큼 작가뿐 아니라 극작가 잭 손, 연출가 존 티퍼니가 함께 작품을 썼다. 연극은 영국 런던에서 7월 초연된 이래 연일 매진이다.

　이야기는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는 런던 킹스크로스역이다. 이곳에 등장한 해리 포터는 독자들이 기억하는 10대 소년이 아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뒤 19년이 지나 그는 37세고, 여자친구였던 지니 위즐리와 결혼해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둘째아들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다. 해리는 유순한 장남과는 큰 문제가 없지만 생각 많은 알버스와는 사이가 썩 좋지 않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버지와 아들이 꼬인 관계의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이모 부부에게서 천덕꾸러기처럼 자라난 해리가 아버지의 역할을 한다는 건 낯설고 어색하다. 알버스에겐 남들이 영웅으로 받드는 해리의 존재가 버겁다. 그만큼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부자 관계는 벌어질 뿐이다.

　때마침 과거에 죽임을 당했던 케드릭의 아버지 에이머스 디고리가 해리를 찾아와 시간여행 장치를 이용해 케드릭을 살려달라고 부탁한다(‘불의 잔’ 시리즈에 등장했던 케드릭은 해리와 함께 마법학교 간 경기를 치르다 악당 볼드모트에 의해 죽었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에, 아버지를 극복해야겠다는 마음에 알버스가 시간여행 장치를 이용해 과거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작가들은 알버스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모험을 벌이는 중에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해리와 말포이의 관계 회복이다. 잘 알려졌듯 말포이는 해리의 앙숙이다. 그러나 ‘…저주받은 아이’에선 묘하게도 해리의 아들 알버스와 말포이의 아들 스코피어스가 절친으로 등장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는 급행열차를 함께 타고 가다가 간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구가 되고 같은 기숙사에 배정된 것. 스코피어스는 알버스의 시간여행의 모험에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이렇게 아들들이 과거로 가버리는 통에 현재에선 행방불명이니 아버지들의 속은 탄다. 아들들을 찾기 위해선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전작들에서의 반목의 관계가 조금씩 풀어지면서 해리와 말포이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흥미롭다.

　롤링의 장점 중 하나가 상황이나 배경의 상세한 묘사이지만 대본집인 만큼 이런 묘사를 보기 어려운 건 아쉽다. 그렇지만 대사와 지문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빨라 속도감 있게 읽히는 즐거움이 있다. 케드릭과 스네이프 교수 등 전작에서 죽었기에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을, 시간여행 장치 덕분에 과거로 돌아가 만날 수 있는 반가움도 크다. 무엇보다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관계들을 서서히 풀어가는 건 이 이야기가 판타지 이상의 무게감을 갖도록 한다.

　국내에서도 출간 전 1부의 예약판매가 4만3000부에 이를 정도로 기대가 높다. 2부는 24일 출간된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