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이경혜]‘고지방’ 다이어트의 불편한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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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혜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장 창원대 교수
이경혜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장 창원대 교수
 체중 감량을 위한 식사 조절, 다이어트는 오랜 세월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엔 방송 매체를 통해 소개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식사법을 뜻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체중 감소의 적이며 제한할수록 좋은 것이고 대신 지방 섭취로 채우면 된다’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섭취 비율은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총 에너지 중 탄수화물과 지방이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말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비만인 두 집단을 대상으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사를 권유했을 때 첫 번째 집단에서 단기간(6개월 이내)에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평소 식사와 달리 탄수화물, 지방 또는 단백질 중 하나의 영양소에 에너지의 급원이 편중된 체중 감량 다이어트의 기간이 길어지면 식사 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구성에 상관없이 체중 감소 정도는 비슷하며 다이어트 시작 6개월 이후부터는 오히려 조금씩 체중이 증가하기도 한다. 평소 식사와 달리 영양소가 한쪽으로 치우친 식사를 하는 것은 장기간 실천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초반의 효과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 암 발생에 미치는 고지방 식사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장암과 유방암 발병률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지방 식사,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섭취와 상관도가 높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육류와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서양인의 식생활에서 나온 식사 형태로, 예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사와 상당히 다르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유전적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서양 사람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이 지질 대사에 취약한 유전자형을 지니고 있음이 보고된 만큼 고지방 식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 사람에 비해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지방 대사에 취약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과거보다 동맥경화증 및 당뇨병의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건강 체중 유지에는 평상시 식생활 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무분별하게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영양의 균형을 이루며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내게 맞는’ 건강 식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경혜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장 창원대 교수
#건강 체중 유지#고지방 식사#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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