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백민정 “무명복서 록키 붙잡고 많이 울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5시 45분


부상과 SNS 사건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백민정이 1년 8개월 여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무명복서의 감동적인 도전기를 그린 뮤지컬 록키에서 글로리아 역을 맡아 밝고 쾌활한 에너지를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부상과 SNS 사건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백민정이 1년 8개월 여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무명복서의 감동적인 도전기를 그린 뮤지컬 록키에서 글로리아 역을 맡아 밝고 쾌활한 에너지를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 뮤지컬 ‘록키’ 백 민 정

페이스북 파문 후 1년8개월만에 복귀
미안함·후회…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
그래도 ‘록키’처럼 다시 일어설거예요


“야호, 백민정이 돌아왔다!”라고 하면 지나치게 경박스러울까. 하지만 진짜다. 캐스팅 리스트를 보다 ‘백민정’이란 이름을 발견하고는, “야호!”를 외치고 말았다.

백민정의 전작이 지난해 2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였으니 대략 1년 8개월 여 만의 무대복귀다. 백민정은 11월1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록키’에서 ‘글로리아’라는 역할을 맡았다.

1996년 대학(서울예대) 재학 중에 ‘가스펠’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백민정은 국내 뮤지컬계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아왔다. ‘겨울나그네(2005)’의 은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06)’의 롯데, ‘헤드윅’의 이츠학, ‘잭더리퍼’의 폴리, ‘두도시 이야기’의 마담 드파르지 등 여배우라면 한 번쯤 꿈 꿔 볼만한 배역들이 모두 백민정의 차지였다. 그는 비주얼, 노래, 안무, 연기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배우였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백민정이 얼마나 굴곡진 무대의 삶을 살아왔는지 안다. “뭐 어때?”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폈지만, 속은 까맣게 타 바스라져 있었다. 백민정은 “부서진 유리를 억지로 붙여놨는데 다시 툭 치면 와르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의 눈에 물기가 번졌다.

2008년 ‘이블데드’ 공연 중 추락사고를 당했다. 디스크 판정을 받고 긴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우울증까지 찾아왔지만 2009년 ‘삼총사’에 복귀하며 일어섰다. 하지만 이는 2013년 ‘두도시 이야기’의 악몽에 비하면 전초전에 불과했다. 관객 사인회와 관련해 올린 페이스북 글이 문제가 돼 온 세상이 떠들썩했다. 백민정 배우인생 최대의 위기이자 어둠의 시기였다.

불운은 여진처럼 남았다. 지난 4월 백민정은 자신의 첫 싱글앨범을 냈다. 원래는 3월 초에 나왔어야 했는데 운동을 하다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보조기를 달고 녹음을 해야 했다. 백민정은 “다리를 붙이지 못하고 노래를 불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Brand new day’. ‘Regret(후회)’과 ‘Remember(기억)’를 함께 담았다. 모두 백민정이 곡을 쓰고 가사를 붙였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듯 의미심장한 노래들을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 나를 살렸던 삼총사의 밀라디, “록키에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첫 번째 쓰러졌을 때 백민정을 일으켜 세운 것은 뮤지컬 ‘삼총사’였다. 삼총사에서 백민정은 팜파탈의 화신과 같은 위험한 여인 ‘밀라디’를 맡았다. 많은 여배우들이 밀라디에 도전했지만 백민정의 밀라디는 그 중 발군이었다. 극의 후반, 무너지는 감옥 안에 홀로 남아 ‘버림받은 나’는 세상없는 절창이었다. 백민정은 “이 곡을 부르면서 팍 주저앉으면 무대 불이 꺼지고 들어가야 하는데 (기운이 빠져) 일어서질 못했다. 스태프가 와서 질질 끌고 나간 적도 많다”고 했다.

페이스북 사건으로 또 한 번 나락을 경험했던 백민정이 선택한 구원의 작품은 록키였다. 여주인공인 애드리안이 일하는 애완용품점의 주인인 글로리아는 엄밀히 따지면 백민정이 맡을 만한 ‘급’이 안 되는 배역일지 모른다. 하지만 백민정은 록키를 복귀작으로 골랐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꿈을 향해 뛰고, 오르고(영화 속 계단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주먹을 휘둘렀던 록키.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번도 포기할 줄 몰랐던 록키를 보며 백민정은 참 많이도 울었단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잊어서도 안 되는 기억, 미안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후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나날. 백민정은 록키를 연습하며 마치 자신의 노래들처럼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노래든 연기든, 아니면 그 무엇이 되었든 앞으로도 저만의 도전을 그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도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 마치 수없이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던 스물아홉살 무명복서 록키처럼.”

생활경제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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