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주일 동안 422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
‘외국어를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는 돈이 적어도 하겠다는 번역가는 많다.’ 번역에 대한 홀대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럼에도 번역가 지망생은 꾸준히 등장하고 번역을 다룬 책도 적지 않게 나온다.
번역 관련 책은 기성 번역가가 작업을 하면서 느낀 소회나 그간 축적된 작업원칙 등을 다룬 책과 외국 번역 관련 서적의 번역본으로 나뉜다. 한국의 번역 이론책은 대부분 번역시장의 실태나 오역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 책은 어느 나라보다 번역서가 많이 출간되는 나라에서 번역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다. 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일반인뿐 아니라 번역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예비 번역가들, 심지어 일부 직업 번역가들 사이에서도 번역을 단순히 언어의 치환으로 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작업량이 쌓일수록 ‘번역에 언어의 치환 이상의 임무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남이 써 놓은 텍스트에 기대어 산다는 비루함을 벗어나려는 번역가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번역가들은 지금보다 더 격렬하게 번역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각개전투다. 공동 번역을 계기로 다른 번역가와 의견을 나누고 어떤 룰을 합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번역을 하면 할수록 솟아나는 궁금증을 토로할 기회가 없는, 고독한 작업 환경에 놓여 있다.
저자는 번역에 대한 여러 의문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다만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고 조급하게 푸념해선 안 된다.
번역이 쉬워 보이는가? 저자가 제기한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결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번역이 어려워 보이는가? 그 고민이 완결된 문장이라는 실체를 얻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번역 텍스트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이 책에서 시작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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