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편식 없애려 만든 건조채소로 대박

  • 동아일보

전북 정읍 귀농 조금자씨, 홈쇼핑서 8개월간 15억 매출

채소를 잡곡처럼 밥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조금자 맑은샘자연농원 대표가 자신의 농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작은 사진은 조 대표가 개발한 건조채소를 넣어 밥을 지은 모습. 맑은샘자연농원 제공
채소를 잡곡처럼 밥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조금자 맑은샘자연농원 대표가 자신의 농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작은 사진은 조 대표가 개발한 건조채소를 넣어 밥을 지은 모습. 맑은샘자연농원 제공
“서울로 대학 간 아들딸에게 직접 기른 채소를 택배로 보냈어요. 그런데 나중에 가 보면 채소가 고스란히 냉장고에 쌓여 있어 너무 속상했죠.”

전북 정읍시에 사는 조금자 맑은샘자연농원 대표(56)는 교사인 남편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2005년 귀농했다. 귀농생활에 적응해가던 조 씨의 골칫거리는 ‘채소를 편식하는 자녀들’이었다. 조 씨는 “애써 기른 걸 버리게 되니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채소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밥을 지을 때 채소를 잡곡처럼 넣어서 짓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우엉을 말린 다음 잘게 썰어서 밥을 지었다. 처음에는 조 씨 자녀들이 밥에서 우엉 냄새가 나고 딱딱해진다며 싫어했다. 찌기도 하고 데치기도 하면서 여러 방법을 연구한 끝에 식감이 좋은 건조 방법을 찾아냈다. 당근, 표고버섯, 무 등으로 밥에 넣는 채소 종류도 늘렸다. 채소 각각의 성질에 맞춘 건조 방법을 찾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자녀들의 좋아진 반응에 용기를 얻은 조 씨는 ‘2013년 전라북도 농가공 식품 아이디어 콘테스트’에 건조채소를 출품해 ‘덜컥’ 대상을 받았다. 이때 지원받은 1억 원으로 조 씨는 9가지 종류의 채소를 건조한 ‘채소잡곡’ 제품을 자신의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조 씨는 그렇게 만든 제품 몇 상자를 들고 식품박람회를 무작정 찾아갔다. 누가 초청하거나 부스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었기에 허탕을 쳤다. 조 씨는 “채소를 밥에 넣어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새벽에 교회에서 통곡하기도 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박람회장을 계속 찾아가다 보니 관심을 갖는 바이어들이 생겨났다. 입소문도 탔다. 그러다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공영 홈쇼핑에 진출하는 기회를 얻어 지난해 10월 첫 방송을 했다. 방송 40분 만에 6000만 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이후 8개월간 ‘조금자 채소잡곡’이 홈쇼핑에서 올린 매출은 15억 원. 평범한 주부에서 회전 대걸레 아이디어로 기업가로 대성공을 거둔 미국 기업가 조이 망가노의 성공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조 씨는 “아이 편식이 사라졌다는 말에 가장 힘이 난다”며 “사업가로서의 욕심보다는 마을 주민들과 맺은 계약재배를 확대해 농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건조채소#조금자#채소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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