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발레-클래식 ‘新한류’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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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코리아]대중문화 넘어 문학-예술로 확장… 세계가 빠져든 新한류
멕시코까지 진출한 한국 문학… 미국-유럽선 이미 인기몰이
클래식-무용 영재시스템 효과… 해외 콩쿠르서 두각… 러브콜 쇄도
“한류 열풍은 흘러가면 그만… ‘K컬처 정착’ 정책방향 바꿔야”

《 한국 문화계가 연일 낭보를 울리고 있다. 소설가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발레리노 김기민(24)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첫 쾌거다. 지난해에는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중심이었던 한국 문화가 이제 문학, 발레, 클래식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신(新)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조성진
신(新)한류가 뜨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에만 열광하던 세계인들이 한국 문학과 클래식, 발레 등을 다시 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은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으며 세계 발레계에 우뚝 섰다.


○ 신한류가 날다


한국 문학은 최근 세계 무대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구병모 작가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는 최근 ‘마법의 빵집’이라는 제목으로 멕시코에서 출간됐다. 초판 1만 부를 찍었는데 청소년 번역물로는 드물게 많은 발행부수다.

정유정 작가는 유럽에서 뜨겁다. 그의 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독일 주간지 ‘자이트’의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며 유럽 및 일본 추리소설들과 경쟁하고 있다.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 작가의 ‘철수’도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편혜영 작가의 장편 ‘재와 빨강’과 ‘홀(The Hole)’도 최근 미국 출판사 아케이드 퍼블리싱과 판권 계약을 마쳤다.

한국 클래식 음악, 무용인들은 해외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해외 유명 교향악단과 무용단, 오페라단에 입단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영재 시스템이 자리 잡은 효과가 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서는 음악, 무용, 전통 등 3개 분야에 걸쳐 영재들을 뽑아 교수들이 일대일로 가르친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인재를 발굴하고 해외 교향악단 등과의 연결도 주선하고 있다. 손열음 김선욱 등 음악인 2200여 명이 이 코스를 거쳤다.

‘K웹툰’도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네이버 측은 “3월 기준 영어 134개 작품, 중국어 92개 작품, 대만어 140개 작품, 태국어 72개 작품, 인도네시아어 60개 작품으로 번역돼 연재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만화 시장 매출 규모는 9조 원. 이 중 웹툰의 비중은 2017년 22.8%(3조 원)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웹툰은 케이팝, 드라마에 이어 ‘한류 3번 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생산, 유통 방식의 선진화

한국과 중국에서 신드롬을 불러온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는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드라마처럼 하루하루 ‘쪽대본’으로 찍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제작으로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와 높은 완성도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태후 이후로 ‘사임당: 더 허스토리’(SBS) ‘함부로 애틋하게’(KBS) ‘화랑: 더비기닝’(KBS) 등 사전 제작 드라마들이 올해 방영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동시 방영은 한류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태후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에도 동시 방영돼 대륙의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 한류 드라마는 판권이 수출되기 전 온라인에 유출돼 단가가 떨어졌지만, 태후 이후 드라마들이 동시 방영으로 활로를 찾으며 한국 드라마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 한국 문화로 뿌리내려야


전문가들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류가 한국 문화 자체로 각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평소 “한류 열풍이라는 말 자체에 ‘흘러가면 그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한류라는 말이 해체되고, 한국 문화란 단어가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오인규 고려대 민족문화원 한류학 교수는 “한류는 한국 고전음악, 태권도, 문학 등 우리 문화 전반으로 확대, 발전하는 방향이 맞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번역가와 에이전트 등 다양한 ‘메신저’와 매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순수문화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한류가 다양하게 인정받는다는 증거”라며 “대중이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지영 kimjy@donga.com·김동욱·김배중 기자
#신한류#맨부커상#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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