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앨범 ‘The Epic’… 내년중 그래픽 노블로 낼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

지난달 24일 오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연주 중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오른쪽). 부친인 리키 워싱턴(오른쪽에서 두 번째), 켄드릭 라마의 프로듀서 테러스 마틴(가운데)도 함께했다. 인디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지난달 24일 오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연주 중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오른쪽). 부친인 리키 워싱턴(오른쪽에서 두 번째), 켄드릭 라마의 프로듀서 테러스 마틴(가운데)도 함께했다. 인디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미국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35)의 앨범 ‘The Epic(서사시)’(2015년)은 재즈뿐 아니라 세계 대중음악 역사를 통틀어 봐도 충격적인 데뷔작이다.

17곡, 173분 36초 분량의 음악을 세 장의 음반에 이어 담은 대작. ‘계획’-‘영광의 이야기’-‘역사적 반복’이란 세 주제를 재즈 밴드에 현악단, 합창단까지 동원해 표현했다. 해외 여러 매체는 이 음반을 장르 불문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꼽았다. ‘21세기 존 콜트레인’이란 상찬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서 워싱턴을 만났다. 그는 “‘The Epic’ 앨범을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 내년 중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말로만 설명해도 두 시간은 걸리는 긴 스토리죠. 음악을 그림과 이야기로 제대로 표현해 줄 작가를 찾는 중입니다.”

카마시 워싱턴의 ‘The Epic’ 표지.
카마시 워싱턴의 ‘The Epic’ 표지.
워싱턴은 대작인 ‘The Epic’ 구상에 거의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함께 연주해 온 음악인들을 규합해 집단적 자유즉흥과 계산된 작곡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재즈, R&B, 가스펠, 클래식, 힙합, 현대 클래식의 영향이 두루 녹아들었다. 스트라빈스키의 밀도 높은 화성, 라벨의 낭만성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는 ‘The Epic’에 드뷔시의 ‘월광’을 재해석해 담기도 했다.

‘워싱턴 신드롬’은 그가 지난해 켄드릭 라마의 명반 ‘To Pimp a Butterfly’에 연주자, 편곡자로 참여한 게 알려지며 증폭됐다. “프로듀서 테러스 마틴, 선더캣, 사운웨이브가 편곡의 60∼70%를 다져놓은 상태에서 마틴의 권유로 참여했어요. 라마는 화성과 리듬 감각이 뛰어나더군요. 크게 놀랐습니다. 마틴이 오래전부터 라마와 작업하며 ‘켄드릭이 힙합을 혁신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예측이었죠.”

워싱턴은 “5월부터 2집 작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또 대작일까. 제목은 ‘서사시―제2편’쯤? “아직 모르겠어요. 1집도 실은 원래 1장짜리로 계획했는데 3장이 된 거니까요. 음악 창작이란 불과 기름을 섞는 일과 비슷해서 예측할 수 없어요. 이번엔 5장짜리가 나올지 또 누가 압니까. 허허허.”

재연에 최소 30명의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The Epic’을 만드는 데 돈은 얼마나 들었을까. 막대한 제작비 탓에 파산하지나 않았을까. 그는 “제 음악을 믿는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줘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제작했다”고 했다.

“제 음악을 사람들이 원하는 틀에 맞추고 싶지 않았어요. 제 심장에 솔직한 것, 제 머릿속에 들려오는 음악이면 충분하다고 봤어요. 지구란 생각보다 큰 곳이잖아요. 당신이 무엇을 만들든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카마시 워싱턴#재즈#색소포니스트#the e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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