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운동가들 역사적 공로 제대로 평가 못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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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동아일보에 소개됐던 여성 독립운동가들

1920년 8월 임신한 몸으로 평안남도 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맨위 사진)과 그녀의 체포 소식을 전한 1921년 5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 “안경신은 일본을 배척하며 조선 독립을 위하는 마음이 날로 격렬하게 되어 상해가(임시)정부에 투신하여 열심히 진력하였더라”라고 썼다. 동아일보DB
1920년 8월 임신한 몸으로 평안남도 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맨위 사진)과 그녀의 체포 소식을 전한 1921년 5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 “안경신은 일본을 배척하며 조선 독립을 위하는 마음이 날로 격렬하게 되어 상해가(임시)정부에 투신하여 열심히 진력하였더라”라고 썼다. 동아일보DB
“안경신은 십사일 오후에 형기 몇 달을 남겨놓고 출옥해 평양 신양리 오라버니 안세균 씨 집에 체류 중인데, 기미년 운동이 있은 후 상해에서 오인(五人)동맹을 맺어 남자가 믿지 못할 용기로 폭탄을 품고 국경을 넘어 들어와 평남도청에 던져 세상을 놀래게 하고 몸을 함흥으로 피하여 있던 중 만삭되어 어린애를 낳은 지 열이틀 만에 경관의 손에 잡히게 되어….”

‘평남도청 폭파범 안경신 여사 재작(再昨·그저께) 출옥’이라는 동아일보 1927년 12월 16일자 기사다. 1920년 8월 임신한 몸으로 동지들과 평안남도 도청 청사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의 사연을 다뤘다.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의 체포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1928년 5월 25일자. 동아일보DB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의 체포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1928년 5월 25일자. 동아일보DB
1일 창간 96주년을 맞는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를 꾸준히 조명했다. 1928년 5월 25일자에는 조선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일본으로 폭탄을 안고 날아가겠다”며 중국 공군에서 복무하던 권기옥이 난징에서 체포된 소식을 전했다. 이 기사는 ‘전진(戰塵)의 중국 상공에 고상(고翔)하든 조선 여 조인(鳥人) 호송’이라는 제목으로 권기옥에 대해 “뛰어난 재주와 활발한 성격과 남의 혁명을 내 일로 알아 심혈을 다해 중국 비행사들에게 다대한 환영을 받던 터라더라”라며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일제의 수탈에 항거한 해녀들의 시위와 여성 노동운동도 자세히 보도했다. 1932년 1월 26일자는 일제 어업조합의 수탈에 맞서 제주 해녀 500여 명이 세화리 주재소를 습격한 사실을 다뤘고, 1931년 5월에는 ‘평양 을밀대에 체공녀(滯空女) 돌현(突現)’ 등의 제목으로 고무공장 여성 노동자 강주룡이 을밀대 위에 올라 파업을 벌였다는 내용을 이틀에 걸쳐 게재했다.

이처럼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사 교과서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술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방원 한국사회복지역사문화연구소장이 학술지 ‘여성과 역사’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고교 국사 교과서 8종에 모두 수록된 여성 독립운동가는 유관순뿐이었다.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로 차미리사 유영준 등이 나왔지만 각각 1종씩에서만 나왔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서훈도 마찬가지다. 국가보훈처는 2700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확인했지만 막상 훈포장이나 표창을 받은 사람은 270여 명에 그친다. ‘자료 부족’ 등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활동이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서훈에는 폭넓은 기준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군의 군복을 만들고, 군수품을 나르고, 임시정부의 살림을 도맡고, 자금을 마련하고, 남성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와 옥바라지를 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동은 기록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비서장을 지낸 차리석 선생의 아내로 임시정부 요인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홍매영 여사(1913∼1979)도 서훈을 받지 못했다. 아들 차영조 씨는 최근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가족을 돌보며 충칭에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다. 당시 충칭 시 경시청이 발행한 어머니 신분증에 ‘한국독립당 당원’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보훈처는 ‘구체적 활동을 증명해야만 서훈할 수 있다’고만 한다”며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으려면 일제가 (재판 기록으로) 인정해야만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독립운동가#여성#안경신#권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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