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황금시대를 향한 ‘사랑 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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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시저!’

‘헤일, 시저!’에는 서부극, 로마 배경의 역사물, 뮤지컬 영화 등 1950년대 당시에 유행했던 장르들이 한번씩 얼굴을 내민다. 뮤지컬 ‘흔들리는 배’의 주연배우 버트 역을 맡은 채닝 테이텀. 국외자들 제공
‘헤일, 시저!’에는 서부극, 로마 배경의 역사물, 뮤지컬 영화 등 1950년대 당시에 유행했던 장르들이 한번씩 얼굴을 내민다. 뮤지컬 ‘흔들리는 배’의 주연배우 버트 역을 맡은 채닝 테이텀. 국외자들 제공
“이건 대체 뭔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코언 형제의 신작 ‘헤일, 시저!’를 보고 나면 말이다. 실마리는 어이없이 풀리고, 결말도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대한 농담 같다. 대신, 꽤 사랑스럽다.

배경은 1951년, 할리우드 황금기의 막바지다. 에디 매닉스(조시 브롤린)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캐피틀픽처스의 대표이자 해결사, 요즘 말로 하면 위기관리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촬영장 스케줄을 조정하고 스타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24시간은 쉴 틈이 없다. 설상가상, 예수의 일대기를 다룬 캐피틀의 야심작 ‘헤일, 시저!’에서 주인공 안토니우스 역을 맡은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정체불명의 집단에 납치당한다.

여러 작품의 촬영장 곳곳을 누비는 에디의 뒤를 따라 그 시대 할리우드와 고전영화 그 자체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집중한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대형 역사물 ‘헤일, 시저!’, 화려한 수중발레 영화 ‘조나의 딸’, 묘기에 가까운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 ‘흔들리는 배’ 등등…. 장르만 봐도 안다. 그 시절 할리우드는 꿈과 환상을 보여주는 데 충실했다.

납치 사건은 이 환상의 성(城)에 나 있던 균열을 벌리고 속살을 보여주는 계기다. 1948년 반독점 판결로 극장을 강제로 매각한 대형 스튜디오들은 TV의 등장과 함께 1950년대 초부터 조금씩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매카시즘 이상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창작의 자유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를 방증하듯 에디 역시 영화업계를 떠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나온다.

‘애리조나 유괴사건’이나 ‘파고’에서처럼 또다시 납치사건이 벌어지고, 특유의 코미디 호흡을 선보이며, 1940, 50년대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코언 형제가 잘하는 것만 모아 놓은 셈이다. 브롤린과 클루니 외에도 육감적인 몸매에 사생활은 제멋대로인 수중발레 전문 여배우 디애나(스칼릿 조핸슨), 금발머리 휘날리며 탭댄스를 추는 뮤지컬 배우 버트(채닝 테이텀), 전설적인 연예가십 전문 기자(틸다 스윈턴), 완성도에 집착하는 명감독 로렌스(랄프 파인스) 등 유명 배우들의 앙상블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언 형제는 최근 미국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좋았던 옛 시절을 놓고 씹어대기나 하는 늙은이들”이라며 자조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형제는 서부극부터 뮤지컬 영화까지 매끈하게 만져내는 연출력을 뽐낸다. ‘헤일, 시저!’는 악동에서 거장이 된 이들이 ‘좋았던 옛 시절’을 반추하며 써 내린, 영화 그 자체를 향한 다소 고약한 사랑 고백처럼 느껴진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헤일시저#영화#코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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