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잔치 보이콧”에 아카데미 대책마련 전전긍긍… 흑인이 사회보고 시상하고 축하공연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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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MC “백인이 선택하는 賞” 돌직구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흑인 영화인을 배려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올해 시상식은 감독상과 작품상,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흑인 혹은 흑인 관련 영화가 하나도 오르지 못해 흑인을 비롯한 소수자를 차별한다는 집중 포화를 받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했다.

시상식 사회자로 나선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논란을 비켜가는 대신 시작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이트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백인들이 선택하는 상)로 알려져 있지 않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만약에 사회자도 후보를 올려 경쟁시켰다면 나는 이 자리에 아예 못 섰을 거다. 그 대신 닐 패트릭 해리스(지난해 사회자)가 올랐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상식 중에도 흑인 영화인이나 유명인이 전체 시상자와 공연자 중 상당수를 차지했다. 우피 골드버그 등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들이 ‘대니쉬 걸’ ‘마션’ 등 주요 후보작의 주인공을 연기한 특별 패러디 영상도 상영됐다. 특히 록이 맷 데이먼 대신 ‘마션’의 주인공으로 나온 장면에서는 “흑인을 위해 백인들의 달러를 쓸 수는 없지”라며 실제 영화와는 반대로 구조를 포기하는 풍자적인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걸스카우트 단원들이 관객들에게 과자를 판매하는 깜짝 이벤트와 흑인 거주지이자 힙합 탄생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콤프턴의 극장 앞에서 흑인 관객들을 사회자인 록이 직접 인터뷰해 실제 관객의 인식과 시상식의 괴리를 보여주는 영상도 선보였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셰릴 분 아이작스 위원장은 시상식 후반 무대에 등장해 “포용성은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아카데미 회원 여러분이 포용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짧은 연설을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카데미 시상식#인종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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