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의 休]영하 36도 밤하늘… 신들의 축제가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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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오로라가 춤추는 옐로나이프의 프렐류드 호숫가. 오로라는 처음 옅은 구름의 형태로 나타났다가 점점 분명해지면서 이렇듯 연기처럼 피어오르는데 그게 마치 춤을 추는 듯 보인다. 오로라빌리지에서 새벽 2시경 촬영한 사진이다.
오로라가 춤추는 옐로나이프의 프렐류드 호숫가. 오로라는 처음 옅은 구름의 형태로 나타났다가 점점 분명해지면서 이렇듯 연기처럼 피어오르는데 그게 마치 춤을 추는 듯 보인다. 오로라빌리지에서 새벽 2시경 촬영한 사진이다.
밤하늘의 오로라.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원리는 네온사인과 같다. 네온불빛은 튜브 안 네온가스에서 나오는데 원자핵 주변의 전자를 전기로 가속해 얻는다. 오로라도 지구로 들어오는 전자나 양성자 등 전기를 띤 입자(대전입자)가 대기권 상층부의 기체와 마찰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입자의 원천은 태양. 오로라가 고위도에서만 관측되는 건 지구의 자기장이 태양풍에 실려 온 대전입자를 가장 먼저 끌어당기는 곳이 자극과 가까운 고위도여서다. 오로라를 ‘극광(極光·Northern Lights)’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 오로라가 30여 년 전부터 겨울관광의 하이라이트로 각광받고 있다. 명소로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準州)의 옐로나이프(Yellowknife), 미국 알래스카 주의 페어뱅크스, 핀란드의 북극권. 여름에도 볼 수 있지만 건조할 때 더 잘 보이기에 제철은 겨울, 그것도 아주 추운 날이 좋다. 이 세 곳 중 ‘오로라빌리지(리조트)’가 있고 우리나라 여행객이 주로 찾는 옐로나이프로 안내한다.

캘거리를 이륙한 여객기가 옐로나이프에 착륙한 건 1시간 50분 후. 그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대지는 온통 눈 세상이고 도시나 마을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노스웨스트 준주는 남한의 열네 배나 되지만 주민은 고작 4만2000명. 더 놀란 것은 그 절반인 2만 명이 이 옐로나이프에 산다는 것이다. 주변의 다이아몬드 광산 때문. 옐로나이프는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이자 유일한 도시다.

북위 62도의 이곳. 20일은 최저 기온이 영하 36도였고, 가장 높을 때도 영하 23도였다. 일조시간은 9시간 22분(일출 8시 11분, 일몰 5시 33분). 한국이라면 외부활동은 엄두조차 못 낼 날씨지만 여기선 다르다. 이곳 주민들에겐 일상이다 보니 여행자도 그걸 따른다. 여행사는 여행자들에게 두툼한 방한장구(패딩재킷. 모자, 장갑, 방한화)를 지급한다. 한밤에 영하 30도의 얼음호수에서 오로라를 보려고 두세 시간씩 버틸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오로라 투어는 보통 오후 10시에 출발한다. 호텔을 돌며 여행자를 태운 버스가 도시외곽 프렐류드 호수의 오로라빌리지로 향했다. 오로라는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더 잘 보인다. 천문연구기관에선 매일 오로라를 예보한다. 대개는 강도 5 이상의 ‘활발’을 기대하지만 그런 행운은 흔하지 않다. 색깔도 대개는 녹색이다. 흔치 않게 보라색도 나타나는데 이거야말로 대박. 색깔은 대기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오후 11시쯤 되자 서쪽하늘에 뿌연 구름 같은 것이 보였다. 10분쯤 지나며 점점 커지더니 녹색 빛으로 바뀌었다. 오로라다. 처음 본 사람은 연신 감탄사를 지른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앞으로 서너 시간은 계속될 테니. 오로라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모양도 수시로 바뀐다. 연기가 피어오르듯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있다. 오로라 댄싱이다. 새벽 1시쯤 되자 대부분은 호텔로 돌아갔다. 호수에 남은 이는 십수 명. 그때 환호소리가 들렸다. 오로라가 엄청난 속도로 일직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추위와 피로도 잊게 할 이 극적인 장면. 이게 오로라 관측 여행의 매력이다.

옐로나이프(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옐로나이프 ‘깨알 지식’▼

온몸이 하얀 희귀새 ‘뇌조’… 모기 추모하는 철제 조형물

옐로나이프는 여러모로 독특한 도시다. 캐나다의 주(州)와 준주(準州) 주도 중에서 가장 작다. 그런데 돈은 넘쳐난다. 다이아몬드광산 덕분. 옐로나이프에서 만날 수 있는 희귀한 열 가지를 소개한다.

[1] 뇌조(雷鳥):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에만 서식하는 들꿩과의 세계적 희귀조. 그러나 여기에선 우리나라 까치만큼 흔하다. 몸길이는 37cm 전후로 평소 갈색인 깃털이 겨울엔 온통 하얀색으로 바뀐다. 흰색은 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보호색으로 눈밭에서 모이를 쪼고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2] 북극곰 번호판(사진): 노스웨스트 준주의 자동차 번호판은 형태 자체가 북극곰이다. ‘멋진 곳(Spectacular)’이라고 쓴 것도 있다.

[3] 수량(水量) 확인 전등: 1930년대 골드러시 때 건설된 올드타운에 있다. 상수도가 없어 집집마다 물탱크를 두었는데 이 전등은 물 공급자에게 저수량을 알려주려는 용도. 두 개 모두 켜져 있으면 가득, 한 개면 절반 이하를 나타낸다.

[4] 얼음길(Ice Road): 한겨울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다 보니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와 매켄지 강은 겨우내 꽁꽁 얼어붙는다. 그러면 그 위로 지름길을 내는 데 그게 얼음길. 이곳의 전문회사가 매년 얼음 두께를 재고 시공한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열리며 이때는 에드먼턴에서 조달하는 도시의 모든 물자를 이 얼음길로 수송한다.

[5] 오로라 베이비: ‘오로라가 나타난 밤에 잉태된 아이는 천재로 자란다’는 이곳 선주민의 오랜 믿음에서 온 말. 광산에 취업한 젊은이들이 많아 출산율도 높다. 인구 중 18세 이하가 25%이고, 주민의 평균연령도 34.7세로 아주 젊다.

[6] 공적 음주제한: 옐로나이프는 주변의 금광과 다이아몬드광산 덕분인지 돈 씀씀이가 크다. 그러나 놀거리가 별로 없는 척박한 오지여서 음주를 제한하지 않을 경우 폐해가 크다. 그래서 술파는 곳을 한 곳밖에 허가하지 않았다. 식당에서의 음주도 주인의 통제를 받는다.

[7] 매킨지델타 허스키: 오로라빌리지의 선주민이 자체 개발한 새 품종의 썰매 개. 토종 허스키와 뮬라뮤트 종을 교배시켜 썰매 끌기에 적합하도록 개량했다.

[8] 오로라빌리지: 타운 외곽의 프렐류드 호반에 만든 작은 리조트. 통나무 집 몇 채와 썰매 개 견사 등이 있는데 한겨울엔 얼음호수에 티피(선주민 텐트)를 쳐준다. 밤새워 오로라를 기다리는 여행자용 휴게실이다.

[9] 관광용 스쿨버스: 관광버스가 부족할 경우에는 운행하지 않는 스쿨버스를 관광버스로 지원한다.

[10] 철제 대형 모기조형물: 도시외곽 늪가에 있다.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 자연생태계의 핵심이 모기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 이곳에서 모기는 먹이사슬의 맨 밑에 있지만 매우 중요한 존재다. 호수의 물고기와 파충류가 모기를 먹고, 그걸 다시 사람이 먹기 때문. 이곳 모기는 크기도 크지만, 물리면 아프기로도 악명이 높다. 옐로나이프 방문자센터엔 사람에게 죽은 모기를 추모하는 조형물도 있다.

:: 여행 정보 ::

찾아가기: ◇항공: 인천∼밴쿠버(10시간) 밴쿠버∼캘거리(2시간) 캘거리∼옐로나이프(80분). ◇자동차: 캘거리∼포트맥머리∼치페위안∼포트프로비던스∼옐로나이프(1212km). 한겨울 치페위안 겨울도로 개방 때만 가능. 2박 3일 소요. 유튜브 영상 ‘하이웨이가 끝나는 곳(Where the highway ends: Road to Yellowknife)’ 참조.

오로라: ◇예보(영어): http://astronomynorth.com ◇관광: 옐로나이프의 오로라빌리지(www.auroravillage.com)에선 공항 도착부터 출발까지 체류 내내 숙식과 투어 등 전 일정을 현지 직원이 안내한다. 밤엔 오로라를 관측하고 낮엔 올드타운 투어, 얼음호수 답사, 개 썰매 투어. 이 사이트에선 연속 3박시 오로라를 볼 확률을 95%로 제시한다. 한국어사이트 www.auroratour.com

옐로나이프: 이름은 이곳의 선주민 데네 족이 사용했던 구리칼에서 유래. 위치는 그레이트슬레이브 호반. 1930년대 여기서 금이 발견되며 일어난 골드러시가 이 도시의 기반이다. 금광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1991년 동북방 310km 지역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후 지금은 다이아몬드광산의 배후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노스웨스트 준주(Northwest Territories): 북극해에 면한 캐나다 최북단의 세 연방직할 준주 중 하나. 상당한 면적이 북극권(북위 66도33분 이북)이고 대부분은 지하 4m까지 늘 얼어있는 영구동토의 툰드라지역. 주민 48%가 선주민이고 혼혈인 메티스(Metis)가 6.9%. 선주민은 ‘첫 국가’로 해석하는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의 토착부족인데 절반은 데네 족, 30%는 이누이트 족이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캐나다#옐로나이프#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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