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들러의 한국 블로그]신기하고도 놀라운 한국의 등산문화

루크 챈들러 입력 2016-02-11 03:00수정 2016-02-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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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루크 챈들러
주말에 지하철을 타면, 등산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항상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들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탐험하듯, 네팔 히말라야를 등산하듯 전문 장비로 보이는 것들을 다 챙기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들의 행선지는 어디인지, 왜 이렇게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지 궁금했다.

미국 남부 출신인 내게 등산은 가족, 친구와 함께 만담을 나누고 숲을 거닐며 산책하는 활동이었다. 미국 남부의 등산로는 평평한 편이며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산책하기 편하다. 기온차가 심하지 않아 옷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등산로가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긴 시간을 올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배고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등산할 때는 평소에 신고 다니는 테니스화를 신고, 물 한 병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의 등산은 인상적이었다. 나는 산을 올라가면서 매번 놀랍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의 등산은 미국 남부에서 하는 등산처럼 쉬운 산책로에서부터 정말 힘들고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까지 다양하다. 나는 암벽등반을 하는 듯한 고난도의 등산로도 갔었다.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었다. 격렬한 신체운동으로 엔도르핀이 나오면서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번에 풀 수 있었다.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관악산과 같은 산에서는 중간에 가끔씩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70대 중반의 어르신들이 거침없이 경로를 탐색하고 쉼 없이 등산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겸손해진다. 가끔 나보다 앞서가는 분들도 있다. 종종 이런 분들과 올라가면서 한국생활과 문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들은 중간 중간 나에게 간식도 주고 휴식처에서 막걸리 한잔 따라주면서 한국의 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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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자연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넘어 사회 활동의 일부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가족 혹은 오래된 친구들과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웃는 모습을 볼 때면,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 올라가는 사람들끼리도 쉬는 장소에 모여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눠 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설악산에 갔을 때는 등산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올라갔고, 폭포 앞에서는 야유회를 온 회사원들의 단체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나아가 등산은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소나무 향은 추석에 먹는 송편을 찔 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산 속의 작은 샘물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작은 연못에서 놀던 추억을 끌어오게 한다. 한국인도 아니고 현재 고향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등산을 하면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즐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등산하는 것에 대해 친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에게는 접근의 편리함이 가장 중요했으나 내 친구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서울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도 도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라는 것이다. 산을 오르면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고 소나무 향을 맡는 동시에, 정상에 올라가면 다시 도시의 일부분으로 느껴져 신기하고도 놀라운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한국 도심의 산들은 주민들에게 자연을 즐기는 쉼터를 제공한다. 자연과 도시가 하나로 어우러져 서로 조화롭게 상호 보완하는 것은 서울의 독특한 특징인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 청년들은 안타깝게도 야외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 것 같다. 맑고 시원한 산속 공기 대신 PC방 안의 공기를 더 선호하며, 새소리와 매미소리 대신 컴퓨터 키보드 소리에 더 익숙하다. 하지만 최근 웰빙이 유행하고 연예인들이 등산복 등산화 선전을 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등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제 나에게 등산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일상생활 중 일부분이 됐다. 서울 교외의 관악산 도봉산 남한산성에서부터 주말여행으로 간 설악산 한라산까지, 등산문화는 내게 큰 즐거움과 도전정신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본 등산객들처럼 나 또한 이제 등산모자를 쓰고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한다.

※루크 챈들러 씨(29)는 미국 출신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한 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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