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처 보듬는 바닷가 네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日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이복 여동생을 새 가족으로 맞이한 자매들의 이야기다. 국외자들 제공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이복 여동생을 새 가족으로 맞이한 자매들의 이야기다. 국외자들 제공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세 자매에게 15년 전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진다. 맏언니 사치(아야세 하루카),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셋째 지카(가호)는 장례식장에서 배다른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상대의 딸이기도 한 소녀. 세 자매는 스즈에게 “같이 살자”며 손을 내민다.

‘바닷마을 다이어리’(12세 이상)는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산꼭대기와 골짜기를 잘라내고 중턱만 그린 영화”다. 영화는 128분 동안 작은 어촌의 낡은 일본 가옥에서 벌어지는 자매들의 일상을 담는다. 서로 옷을 뺏어 입느라 톡탁거리고, 매니큐어를 칠해주며 깔깔대고, 계절 음식을 해먹는 완만한 일상 속에서 상처는 작은 가시처럼 불쑥 튀어나온다. 사치는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사랑하고, 요시노는 자매를 두고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를 꼭 닮았다. 지카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의 습관을 몸에 지니고 있고, 스즈는 언니들의 가족을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지 못한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시선에서 자매들을 지켜보는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시종일관 따뜻하고 고즈넉하다. 영화가 품은 온기 안에는 상처이자 위안이라는 가족의 의미가 녹아 있다.

그동안 아이가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생존기 ‘아무도 모른다’(2004년) 등 가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았던 고레에다 감독은 올해 데뷔 20년을 맞아 ‘바닷마을…’로 쉼표를 찍은 뒤 좀 더 넓은 세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모습을 담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구상 중이다. 브라질 이민자나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일본 번영기에 잊혀지고 버려졌던 이들의 이야기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바닷마을 다이어리#아야세 하루카#고레에다 히로카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