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주의 신비와 과학의 미래를 밝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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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리사 랜들 지음·이강영 옮김/608쪽·3만3000원/사이언스북스

둘레가 27km에 이르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2008년 가동되기 전 “이 시설에서 생길 수 있는 블랙홀이 지구를 삼켜버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의 물리학자가 반박 논문까지 내야 했다. 엄청난 질량이 존재하는 우주가 아니라 지구의 실험실에서 블랙홀이 생긴다는 주장은 황당한 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그 가능성은 낮지만 분명 존재한다. 심지어 고차원 우주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물론 LHC에서 생긴 블랙홀은 크기가 아주 작을 것이고, 순식간에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질 것이니 걱정할 것은 없다.

저자는 ‘비틀린 여분 차원’이란 새로운 개념을 통해 최신 우주론인 ‘끈’ 이론의 일부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현대 우주론과 양자역학 이론을 다룬 책은 대중서라고 해도 기본 개념 이해부터 쉽지 않다. 이 책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분 차원’에서의 중력은 매우 강하지만 우리는 그 힘의 아주 일부만 느낄 뿐인데, LHC에서 중력자가 1조 배 정도 강하게 상호 작용하는 상태가 관측되면 ‘여분 차원’의 증거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이론은 아무리 되새겨 읽어도 알쏭달쏭하다. 그래도 저자는 입자 가속의 원리를 “그네에 탄 아이의 등을 밀어 더 높이 올라가게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는 등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하는 책의 제목으로 밥 딜런의 유명한 노래 ‘Knockin‘ On Heaven’s Door’를 빌려온 것도 반어적인 위트로 보인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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