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저스틴-어셔 있다면 유럽엔 내가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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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난민 출신 스웨덴 최고 팝스타 다린

14일 오후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난 스웨덴 팝스타 다린. 그는 “서울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만큼 맘에 쏙 드는 도시”라고 하며 웃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4일 오후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난 스웨덴 팝스타 다린. 그는 “서울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만큼 맘에 쏙 드는 도시”라고 하며 웃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짙고 검은 눈썹 아래 깊은 눈, 날카로운 콧날과 구릿빛의 매끈한 피부.

페르시아 왕자같이 생긴 다린(본명 다린 자니아르·28)은 현재 스웨덴 최고 팝스타다.

2004년 스웨덴 TV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그는 6장의 앨범을 내 모두 스웨덴 차트 1위에 올렸다.

앨범 ‘EXIT’를 최근 한국에 내놓은 다린을 14일 오후 서울 북촌에서 만났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극성팬들 탓에 거리 활보는 꿈도 못 꾼다는 그는 가을볕이 내리쬐는 한옥마을에서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멋진 도시네요. 여기(서울) 사는 제 모습을 상상하고 있어요.”

다린의 이국적인 외모는 쿠르드 난민인 부모가 물려준 것이다. 그는 가장 성공한 쿠르드 혈통 팝스타인 셈. “최근 유럽 난민 사태가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당연히 그들을 도와야죠.”

스웨덴에서 10년간 최고 스타 지위를 누린 그이지만 케이팝 아이돌이 진을 친 한국 시장 진입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소녀시대 노래를 들어봤어요. 케이팝의 경쟁력을 알지만 유럽의 댄스 팝, R&B엔 그만의 매력이 있어요. 미국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가 있다면 유럽엔 제가 있죠. 하하.”

그는 “내 강점은 라이브”라고 했다. 다린은 이날 오전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출연해 노래했다. ‘이 가수가 대체 누구냐’는 청취자의 문의가 쇄도했다.

다린은 가수가 되기 전인 열네 살 때부터 다른 가수들에게 노래를 써주는 작곡가로 먼저 활동했다. 2010년에는 스웨덴 국영방송 SVT의 의뢰로 빅토리아 스웨덴 공주의 결혼식 노래를 작곡해 부르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의 아이돌 그룹에 곡도 써줬다.

아바로 유명한 스웨덴은 21세기에도 매년 음악 산업 수출액이 2000억 원에 이르는 팝 강국이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만드는 레드원도 스웨덴 사람. 다린은 “(무명이던) 레드원은 2005년 내 노래 ‘Step Up’(공동 작곡 다린)으로 처음 스웨덴 차트 1위를 차지한 뒤 주목받아 미국으로 갔다”고 했다.

한국의 TV 오디션 스타는 프로그램이 종영되면 그 인기가 빠르게 식는다. 다린은 어떻게 롱런했을까. “제 노래를 제가 만들기 때문에 개성을 빠르고 분명하게 표출할 수 있었어요. 전 스타덤이 아니라 좋은 음악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다린이 설명하는 스웨덴 팝 시장 구조는 독특하다. “스웨덴에선 자국과 해외 가수가 한데 섞여 한 개의 통합 차트 안에서 경쟁해요. 아바, 록시트, 카디건스 같은 스웨덴 팀이 자국에서 스윙글리시(Swenglish·스웨덴식 영어)로 노래를 발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언어 장벽이 없으니 중요한 건 ‘누가 더 좋은 노래를 만드느냐’뿐이죠.”

다린은 아시아 홍보가 마무리되는 12월에 필리핀과 중국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자세한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유는 “(스웨덴) 팬들이 따라오면 곤란해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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