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세 번째 계절’로 돌아온 듀오 가을방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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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음표가 빚은 곱디 고운 노랫결
어른들의 마음 적시는 어쿠스틱 팝 듀오
청명한 음색-섬세한 악곡, 가을서정 자극

듀오 가을방학의 정바비(왼쪽)와 계피. 둘은 “차갑고 뜨거운 두 사람의 심장 온도가 만나게되는 계절이 결국 가을”이라고 했다. 당신의 여름 제공
듀오 가을방학의 정바비(왼쪽)와 계피. 둘은 “차갑고 뜨거운 두 사람의 심장 온도가 만나게되는 계절이 결국 가을”이라고 했다. 당신의 여름 제공
‘두 뺨으로 흘러내려 뾰족하게 얼어붙은/앙금들이 침묵을 찔러… 언젠가 두 심장의 온도가 만나게 될 거야/비참만이 참이었던 날들 너머’(‘사하’)

어른을 위한 동요. 가슴 깨어져 본 사람들을 위한 만화 주제가.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계피, 정바비)의 음악은 예의 바르고 가슴 여린 사람 둘이 나오는 일본영화 같다. 절정에서야 바다나 산을 향해 뭔가 절절히 외치는.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이브나’ ‘더운 피’ ‘3월의 마른 모래’…. 계피의 청명한 음색, 정바비의 섬세한 악곡으로 2010년부터 시집 같은 앨범들을 빚어온 이들이 최근 낸 3집 ‘세 번째 계절’로 또 한번 주요 음반 판매 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감수성 예민한 2030 남녀의 ‘가을 몰표’ 덕이다. 노래 결의 곱기가 이번에도 예사롭지 않다.

‘대체 왜들 이래… 우리 생각을 해보자/핑크색은 과대평가됐지’(‘재채기’)

‘재채기’에서 드럼 하이햇과 심벌은 당김음으로 연방 내달으며 “에취!” “에취!” 소리 낸다. “그 순간들엔 노랫말도 ‘ㅈ’ ‘ㅊ’ 발음을 많이 썼어요.”(정바비) “리듬 안에 말을 정확히 끼워 넣기 위해서 기타 치는 시늉을 하면서 불렀죠.”(계피)

그리움이나 아픔 같은 걸 여성 1인칭으로 풀어낸 노랫말은 대개 남자 정바비가 쓴다. 어찌 보면 가학적인 작사가. 이를테면 이별 후 문자메시지를 지우는 여인을 그린 ‘난 왜 가방에서 낙엽이 나올까’는 바비가 전 여자친구의 블로그를 보고 지은 곡이다. “(이별로) 제가 (직접) 힘든 게 싫으니까 노래란 쿠션을 이용하는 것뿐. 미각을 잃은 사람들은 모든 음식을 마분지 맛처럼 느낀대요. 저한테도 뭔가가 없는 것 같아요. 건조하니까 관찰자 입장에서 쓸 수 있는지 모르죠.”(정바비) “저는 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타입, 바비는 남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타입.”(계피) 바비는 지난해 여름 ‘너의 세계를 스칠 때’를, 계피는 최근(18일)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을 출간해 에세이 작가가 됐다. 계피는 지난해 결혼도 했다.

‘미래의 제일 멋진 점은/조금씩 오는 거래/한 번에 하루씩만’(‘153cm, 플랫슈즈’)

유부녀 맞나. 계피의 노래는 양쪽을 번갈아 깨금발, 깨금발. 여전히 소녀처럼 악보 위를 뛴다. “어린이시립합창단 출신이에요. 정말 열심히 했죠. ‘구름’ ‘고향의 봄’ ‘반달’…. 아직 진하게 묻어있을 수도 있어요.”

두 번째 학기, 세 번째 계절. 처음 없는 설렘의 날들. 다 큰 어른들의 천진한 음표가 여우비로 내린다. 한 뼘 그림자 없는 파란 하늘. 피할 곳이 없다. 일 년 중에 지금. 꼭 요맘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가을방학#어쿠스틱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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