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부모가 호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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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1년 열두 달 중 어느 하나 가정을 소홀히 할 달이 있을까마는, 한번 더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봄날이 되라는 취지인 것 같다. 특히나 요즘같이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바쁜 세상에서 가족의 의미는 더욱 절실해진다.

부모는 내 존재의 근원이고 나는 부모를 통해서 이 세상에 왔기에,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효란 나의 존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부모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같은 부모 아래 있는 형제들과 우애로운 것 또한 당연하다. 이렇듯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이 곧 효(孝)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효가 백행의 근본이라고 말해 온 이유다. 효는 부모가 호강하기 위해서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감사할 줄 아는 심성을 지닐 수 있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유학에서는 가족을 보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중국 북송대의 유학자 장횡거(1020~1077)에 따르면 우주 자연은 하나의 가정이며, 그 구성원은 모두 하나의 가족이다. “하늘은 나의 아버지이고 땅은 나의 어머니다. 나는 조그마한 몸을 가지고 그 안에서 만물과 뒤섞여 살고 있다. 따라서 대자연을 가득 채운 기운이 내 몸을 만들고, 대자연을 이끄는 원리가 나의 본성이 된다. 모든 사람들은 나와 한 핏줄이고, 만물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다.”[‘서명(西銘)’] 이러한 자연스러운 정감을 확대해 가면 우리의 큰 부모인 하늘과 땅, 그리고 우리의 형제인 타인과 만물에 대한 사랑이 저절로 발현될 것이다. 그것이 인(仁)이다.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은 거대한 우주 가족 시스템 안에서 보면 하나의 개체에 해당한다. 개인의 성공의 첫발이 효를 실천할 수 있는 인성에 달려 있듯, 기업이나 조직의 성패 역시 큰 차원의 부모인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크고 힘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자그마한 개체로서 우주 가족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muha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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