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병재… 나, 웃픈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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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코미디언-대학생-배우… ‘B급 캐릭터’로 세상과 좌충우돌
“지하월세 등 밑바닥경험이 내 스펙… 다음에 뭐가될지 모르니 재밌잖아”

‘초인시대’에서 유병재는 지질한 복학생이지만(아래 왼쪽 사진)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뒤(위) 초능력을 이용해 취업과 연애에 성공해보려 고군분투한다(아래 오른쪽). ‘잉여’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방송작가와 코미디언으로 일하는 그의 실제 삶이 녹아 있다. tvN 제공
‘초인시대’에서 유병재는 지질한 복학생이지만(아래 왼쪽 사진)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뒤(위) 초능력을 이용해 취업과 연애에 성공해보려 고군분투한다(아래 오른쪽). ‘잉여’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방송작가와 코미디언으로 일하는 그의 실제 삶이 녹아 있다. tvN 제공
막말과 호통이 범람하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없이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로 시청자의 지지를 얻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병재(27)다. 지난달 10일부터 방영 중인 tvN 8부작 드라마 ‘초인시대’에서 주인공 복학생 병재 역을 맡아 동시에 각본까지 쓰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났다.

○ 개그맨이야, 작가야?

유병재는 애매하다. 2011년 작사·작곡을 하고 직접 부른 노래의 ‘손수제작물(UCC)’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며 가수 타이틀을 달았다. 2013년 tvN ‘SNL코리아’ 작가로 일하며 코너 ‘극한직업’에 연예인 매니저 역할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휴학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방송작가, 배우, 가수, 대학생 그 어느 쪽도 그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 웃기는 걸 좋아했다. 2011년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서 떨어졌다. UCC 제작은 그 뒤에 스펙 쌓듯이 시작했다. ‘인터넷에 올리면 누가 보고 연락 주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엠넷에서 연락이 왔고, 2012년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방송을 시작했다.”

○ 웃긴 거야, 슬픈 거야?

유병재는 모호하다. 연예인의 횡포에 울부짖는 매니저(‘극한직업’), 경력직만 뽑는다는 말에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냐’고 항변하는 취업준비생(‘면접전쟁’)을 연기하는 그를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린다. ‘유병재 어록’으로 정리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의 페이스북 글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초인시대’ 역시 복학생 병재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뒤 취업해보려 애쓴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줄거리다. 병재는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돈이 없어 막노동을 하려고 새벽 인력시장을 전전한다.

“병재 캐릭터엔 내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 입대 전 학교 앞 월세 16만 원짜리 지하 방에 살았는데 하도 습기가 많아 바닥에 물이 고일 정도였다. 거기서 하루 종일 누워 길에서 주운 MP3로 노래만 들었다. 그때 정서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 성공한 거야, 실패한 거야?

유병재는 알 수 없다. ‘잉여’ 대학생에서 대표 예능 프로인 ‘무한도전’에서 부르는 방송인이 됐다. 무한도전의 새 멤버를 뽑는 식스맨 특집에서 그는 선발되진 않았지만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취방에서 아는 형과 같이 살고, 몇 달 뒤를 알 수 없는 비정규직이다.

“주성치, 기타노 다케시, 최양락 등 좋아하는 코미디언은 많지만 롤 모델은 없다. 일부러 안 만든다. 되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된다 하더라도 재미도 없을 것 같다. 다음에 뭐 하고 싶다 정해 두지도 않는다. 다음에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가 더 재미있지 않나?”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유병재#초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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