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열세살 해풍이의 멀고먼 네덜란드 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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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이다 3, 4/김남중 글·강전희 그림/3권 175쪽, 4권 196쪽/각 권 9000원·비룡소

1654년생 소년, 열세 살 해풍이의 이야기입니다.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과 동료들이 제주 앞바다에 표착합니다. 1663년에 여수 전라 좌수영에 배치됩니다. 해풍이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1666년에 일본으로 탈출합니다. 그 배에 해풍이가 올라탑니다. 고기잡이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가 일본에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찾는 일과 네덜란드에 가보겠다는 욕망이 이야기의 큰 축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해풍이가 옮겨 타게 되는 배는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유럽의 무역상인 ‘동인도 회사’의 전진 기지들입니다. 현지인들의 입장에서는 점령당한 곳이지요. 아버지를 잠깐 만나기도 했지만, 다시 헤어집니다. 해풍이는 ‘알려지지 않은 나라 조선의 아이’로 평가됩니다. 조선은 앞으로 점령할 땅입니다. 그를 네덜란드로 데리고 갈 충분한 이유입니다.

이 책의 1, 2권이 2013년에, 3, 4권이 올해 나왔습니다. 1, 2권은 일본에서, 3, 4권은 인도네시아에서 작가의 말을 썼습니다. 해풍이의 여정 그대로입니다. 작가는 다음을 위해 네덜란드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4권까지 해풍이의 여정은 고작 한 달이 흘렀을 뿐입니다. 앞으로 네덜란드를 거쳐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는 데 열 달이 걸립니다. 우리 동화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준비하고 쓰는 경우는 거의 처음입니다.

무사히 돌아온다면 해풍이는 열네 살이 되겠지요. 넓은 바다와 함께 나라들의 이권이 얽히는 제국주의의 시작을 보게 되는 해풍이는 어떤 모습으로 커갈까요? 그에게 어떤 바람이 불지 기대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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